아내 복권 당첨금 50억으로 '아파트' 산 남편…증여세 한푼도 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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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25. 오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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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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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상에서 가장 금전 거래가 빈번한 대상은 배우자다. 가정에 따라 생활비부터 저축까지 부부 중 한쪽의 계좌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한 달에도 몇 번씩 현금이 오간다. 세법상 부부간 증여는 10년을 기준으로 6억원까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부간 현금 거래 등이 이 같은 기준을 넘기지 않도록 일상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일까.
○부부간 거래 세무당국 번번이 패소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달 발간한 '김앤장 변호사들이 풀어 쓴 궁금한 상속·증여'에서는 부부간 증여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번 다뤘다. 결론부터 살펴보면 부부간 현금 이동은 대부분 증여로 인정되지 않아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생활비는 물론 자금 공동관리, 가족 생활비 지급 등 다양한 목적에 대해 증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몇몇 특수 사례에 대해 세무당국이 증여세 부과에 나서기도 했지만 조세심판에서 패소했다. 2006년부터 2년여간 35회에 걸쳐 배우자에게 13억3851만원을 보낸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무당국은 이체된 금액이 생활비 등으로 보기에는 과도하게 많고, 공동사업을 하는 배우자에게 사업자금을 증여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해 증여세를 부과했다. 행정법원에서는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부부간 자금 이동에는 다양한 목적이 있는 만큼 현금이 이전됐다는 것만으로 증여라고 판단할 수 없다”며 “해당 자금이 증여세 부과 대상인지 여부도 세무당국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아내의 복권 당첨을 통해 받은 상금으로 남편 명의의 아파트를 사더라도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도 있었다. 50억원의 복권 상금을 아내 계좌에 이체한 뒤 남편 명의로 아파트와 자동차를 구매한 부부의 사례다. 세무당국은 복권 상금을 아내가 수령한 만큼 남편 명의로 구입한 아파트 등은 증여된 것으로 판단해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불복해 부부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증여세 부과를 취소시켰다. 부부 관계의 특성상 복권 당첨금은 부부의 공동 재산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아파트 및 자동차 구입 가액이 복권 당첨금의 50%를 넘지 않았다면 아내 계좌의 자금을 이용했더라도 남편 몫의 돈을 사용한 것으로 인정돼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원은 △아내가 전업주부로 소득이 없다는 점 △평소 해당 계좌로 생활비를 관리해온 점 △남편 소득이 해당 계좌에 수시로 이체된 점 등도 감안했다.
○부부 증여로 양도세 절세
부부간 현금 증여에 대해 세무당국이 조사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다만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지급한 현금이 증여 및 상속 행위에 따른 것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부부간 증여는 증명이 쉽지 않고 법원에서도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증여세가 부과됐다면 조세 전문 변호사나 세무사 등과의 상담을 통해 관련 소송을 제기해볼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파트 등 부동산을 일부나 전부 배우자 명의로 넘긴다면 증여로 인정돼 증여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때도 6억원 이하까지는 공제받을 수 있어 증여받은 배우자는 부동산 취득에 따른 지방세만 내면 된다. 아파트를 넘긴 쪽에도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를 이용한 양도세 절세도 가능하다. 남편이 3억원에 매입한 아파트를 6억원에 아내에게 증여한 뒤 아내가 8억원에 팔았을 경우다. 부부를 묶어서 보면 3억원에 매입한 아파트를 8억원에 매각한 만큼 차익인 5억원에 대해 양도세가 과세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차익을 2억원으로 보고 양도세를 매긴다. 남편이 최초 구입한 가격이 아니라 아내에게 양도한 가격을 기준으로 다시 양도세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다만 증여한 지 5년 이내에 아파트를 매도했다면 남편의 최초 구입 가격으로 소급해 양도차익을 구하게 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노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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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쓸어버리는 폭풍의 시간이 지나간 후 N은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듯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늦가을 오후의 볕이 은실처럼 내리쪼이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N은 흐느끼면서 생각했다" 권여선,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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