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기부가 세금 부메랑될 수도
공익법인에 출연해야 상속세 면제
거래 은행에서 상속세 상담을 받던 김모(79)씨는 깜짝 놀랐다. 부동산 포함 40억원 자산을 보유한 그는 자녀가 다녔던 강원도의 한 대안학교에 10억원을 기부한다는 내용을 유언장에 쓸 계획이었다. 기부한 돈(10억원)을 뺀 나머지 재산(30억원)에만 상속세(상속공제 적용) 7억6000만원만 물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상담 결과 그의 예상보다 상속세(11억9000만원)는 1.6배 늘었다. 기부액도 상속재산으로 포함돼 상속세 최고세율(50%)이 매겨져서다. 그는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속을 썩였던 아들이 대안학교로 옮긴 뒤 공부에 흥미를 갖는 등 달라졌다”며 “잘 커 준 아들을 보며 죽긴 전에 (학교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는데 세금이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기부자가 사회환원을 위해 기부 등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쓸 곳이 공익성을 갖는 비영리사업을 하는 법인(공익법인)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행정기관에 공익법인 허가를 받고 세워진 법인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종교·자선·학술 관련 사업 등 공익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업을 하는 공익법인에 출연한 재산은 상속세를 매기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사례 속 김씨가 기부하려던 곳은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학교라 공익법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태희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세무사는 “남을 돕기 위해 대가 없이 돈을 쓰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세법상 공익법인이 아닌 특정 단체에 기부하면 제삼자에게 준 재산으로 보고 상속세를 매긴다”고 말했다.
그동안 성실공익법인(발행주식 총수 10%)과 일반공익법인(5%)으로 구분했던 과세 체계를 ‘공익법인’으로 통일하고 면제 한도를 10%로 일원화했다. 김 세무사는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연대납세의무가 있어 (10% 초과분에 대해) 공익법인이 세금을 내지 못하면 상속인에게 부담이 넘어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중 법정·지정·우리사주조합 기부금은 15%를 세액공제한다. 또 1000만원을 넘는 고액기부금은 기부금의 30%를 공제해준다. 이와 달리 정치자금 기부금은 10만원까지는 전액(100/110 세액공제+주민세 포함)을 돌려받는다. 10만원 넘게 기부했다면 3000만원 이하 분은 기부금의 15%(3000만원 초과분은 25%)를 공제받을 수 있다.
예컨대 기부를 받은 단체가 국세청 홈택스에 익명 기부자의 기부 내역을 입력해뒀다가 연말정산 무렵에 익명 기부자가 나타나면 활용하는 방식이다. 기부단체는 실제 기부금을 낸 익명 기부자가 맞는지 확인한 뒤 실명기부자로 전환해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