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파문, 조재범 '성폭행'혐의 3심 판결에 영향 줄까[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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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0.09. 오후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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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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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최민정(오른쪽)과 심석희(왼쪽)가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고 있다. /사진=강릉(강원)=김창현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선수 심석희가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 당시 동료 선수들을 비하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대화를 한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8일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심석희는 남자코치 A씨(현재 수감돼 있는 조재범 전 코치가 아닌 현직 국가대표 코치) 와의 카톡 대화에서 최민정, 김아랑 등 동료 선수들을 향해 '김아랑 병X' '개XX' '씨X 토 나와' '관종짓하고 있다' 라며 욕설 섞인 비하 발언을 했다. 특히 공개된 내용 중 대표팀 남자코치와 함께 평창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서 동료인 최민정 선수의 주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것을 사전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을 부분도 있었다. 게다가 디스패치는 유부남인 A코치와 심석희가 '부적절한 관계'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카톡 대화 보도의 파장으로 심석희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사건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2심 판결까지 이미 이뤄진 조재범 전 코치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조 전 코치 사건에서 심석희에 의해 제시된 증거와 주장들에도 거짓이 없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재범 사건은 2심 결론까지 나온 상황이고 3심을 맡는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법률심'이다. '사실심'인 1, 2심에서 인정된 증거만을 대상으로 3심에선 법리판단만을 하게된다. 따라서 3심에서 조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형사전문인 한 변호사는 "사실관계가 복잡하지 않고 법리 적용이 간단한 성범죄 사건에선 2심에서 관련 법령의 법리 적용에 문제가 없으면 대부분 대법원 소부에서 상고기각으로 2심을 확정한다"며 "조재범 사건이 이번 심석희 카톡 파문의 영향을 직접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형 확정 후라도 심석희 측이 성폭행의 근거로 제시한 증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이번 파문을 통해 밝혀지거나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내의 문제로 성폭행 고소가 이뤄졌다는 등의 추가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밝혀지기라도 하면 조 전 코치 입장에선 '재심'을 청구해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최근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린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심석희에게 위로 편지와 머플러를 전달했다.


변호사들 "2심서 13년 징역형 이미 선고돼, 3심 법률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적지만…"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는 △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인 것이 증명된 때 △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 무고로 인하여 유죄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등이다.

결국 조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를 벗겨 줄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면 3심 선고 후라도 재심 청구는 가능하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2심에서 조 전 코치에게 유리할 수 있는 증거가 검찰에 의해 의도적으로 제출되지 않았거나 재판부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면 대법원에서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 할 수도 있다"며 "조 전 코치 측이 3심에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호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범 전 코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8년 1월 중순경 훈련 과정에서 심석희를 수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상습폭행'에 '상해죄'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중이던 2018년 12월, 심석희가 2014년부터 조 전 코치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내용의 추가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성폭력 혐의로 추가기소된 바 있다.

심석희 고소대리를 맡은 대형 로펌은 "심석희 선수가 만 17세의 미성년자이던 2014년경부터 조재범 전 코치가 무차별적 폭행과 폭언, 협박 등을 수단으로 하는 성폭행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질러왔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하기도 했다.

조 전 코치의 훈련 중 폭행에 의한 상해죄 혐의는 2019년 1월30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형이 선고돼 확정됐다. 여기에 더해 심석희를 청소년 시절부터 성폭행했다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선 지난 9월 10일 항소심에서 징역 13년형이 선고됐다. 이 판결이 그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조 전 코치는 기존 1년6개월형과 합해 총 14년6개월을 복역하게 된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조재범 전 코치. (뉴스1 DB)2021.1.21/뉴스1


2심 수원고법 "조재범의 '합의 성관계' 주장은 심석희에 대한 '2차 가해'라 엄벌"…1심 10.5년보다 무거운 징역 13년형 선고



성폭행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수원고법 형사1부는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상대로 3년간 총 27회에 걸친 성범죄 행위를 저질러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또 피고인이 오랜 기간 피해자를 지도하면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고인의 지시를 절대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 충분히 알고, 이를 이용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역시 불리한 정상"이라고 판시했다.

조 전 코치는 2심에서 심석희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관련 증거로 둘이 나눴던 문자메시지 내용을 제출했다.

조 전 코치 측 변호인은 "1심에선 문자메시지 등을 조씨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커서 공개하지 않았다"며 "심석희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문자메시지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고 강요, 협박에 의한 것이 아님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변호인은 "1심에서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이 항소심 재판에선 나오기를 희망한다"며 "검찰이 확보한 두 사람 간 문자메시지도 제공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를 상대로 간음·추행·유사행위 등을 강요한 적이 없다"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은 사실은 있다"고 했다.

지난 8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조재범)은 피해자(심석희)가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훈련하는 마음을 이용해 긴 시간 동안 성범죄를 저질러 엄벌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20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심 법정에서는 혐의 전체를 부인하다가 항소심에 이르러 부인 취지를 변경해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해 2차 가해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코치가 2심에서 '합의 성관계'를 주장한 것에 대해 검찰은 '2차 가해'라며 구형량에 부정적 결과를 준 것처럼 말한 것이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심석희 선수가 3일 오후 서울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청 쇼트트랙팀 입단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3/뉴스1


조재범 최후진술 "수사단계부터 조작돼…심석희가 저와 가깝게 지냈단 걸 감추려고 문자 증거 다량 삭제"



이는 2심 재판부도 마찬가지였다. 재판장을 맡은 윤성식 부장판사는 "피고인(조재범)은 수사기관에서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더군다나 항소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피해자(심석희)와 이성적 관계에 있어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새로운 주장을 했다"면서 "피고인의 주장은 소위 2차 가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어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1심에서의 형은 피고인이 저지른 행위에 비해 가볍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징역 10년 6개월보다 더 무거운 징역 13년형을 선고했다.

조 전 코치 변호인은 2심 최종 변론에서 "이번 사건은 피해자(심석희)의 진술이 증거인데, 이 진술이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면밀히 살펴달라"고 말했다.

조 전 코치는 2심 최후진술을 통해 "수사단계에서부터 조작된 내용으로 수사가 이뤄져 왔다. 피해자(심석희)가 저와 가깝게 지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수많은 증거를 지웠다. 저는 피해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폭행범으로 몰렸다. 저에게 증거 조작한 것까지 인정된다면 지도자는 모두 성폭행범이 돼야 한다. 공정하게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심석희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성인이 된 2017년 12월 사이 태릉·진천선수촌과 한체대 빙상장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조 전 코치로부터 성폭행당하거나 강제 추행당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심석희는 나이키 새 캠페인의 광고모델로 기용되기도 했다.

(수원=뉴스1) 오장환 기자 =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해 폭행 피해 사실을 진술한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2018.12.1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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