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산주의자” “종북”도 ‘표현의 자유’... 건조물침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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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풍자한 대자보 붙여 벌금형 받아
건조물칩임죄 적용..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그간 판단, '표현의 자유 보장 확대' 방점
법조계 "침입 적용 엄격히.. 他판단 기대"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치적 논쟁의 영역에 사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론장에 나온 공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이는 사건에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하는 것을 두고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을 풍자하는 대자보를 붙였던 이들이 건조물침입죄로 처벌받은 사례를 두고 이른바 ‘표현의 자유 억압’ ‘입막음 소송’ 등이란 평가가 나왔다. 수사기관이 명예훼손이 아닌 다른 죄목을 적용하면서다. 이런 사례는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정권마다 관행처럼 있어 왔는데, 건조물침입죄 적용에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조물침입죄 적용된 대통령 풍자 대자보
문재인 대통령을 풍자하는 대자보를 붙여 기소된 김모씨(26)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씨는 2019년 11월 새벽 단국대 천안캠퍼스 건물에 문재인 정부의 친중 노선을 비판하는 대자보 8장을 붙였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건조물침입죄였고,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건조물침입죄의 보호법익은 건조물의 평온이다. 따라서 건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 ‘추정적’ 의사일 경우도 해당된다. 즉 ‘건물에 들어오는 것을 분명 반대했을 것’이란 게 입증되면 처벌 받는 것이다. 김씨의 경우 ‘대자보를 붙이고자 캠퍼스에 들어오는 것을 알았다면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란 단국대의 추정적 의사가 유죄 근거였다.

이는 다른 건조물침입죄 사건과 다른 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 프레스센터에서 ‘독재정권의 탄압’이란 취지의 전단지 수백장을 뿌린 A씨(33)도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동의 받기 어렵다는 것을 A씨가 인지해 추정적 의사에 반했고, 관리인이 A씨를 뒤쫓은 점 등을 근거로 건조물의 평온이 침해됐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김씨 사건에서 단국대 측은 법정에 나와 처벌 의사가 없다고 했다. 대자보가 붙었던 곳은 일반인의 출입도 가능한 장소였지만, 결국 유죄였다. 이에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처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출신의 B변호사는 “권력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려했던 과거 정부들의 행태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표현의 자유 보장' 방점... 2심 다른 판단?
지난해 7월 항소이유서가 제출된 이후 김씨 사건의 항소심 공판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지난 2월 추가항소이유서가 제출된 것 외에 변동사항도 없는 상태다. 김씨 측은 앞서 낸 항소이유서를 통해 단국대 측이 건조물칩입을 문제 삼지 않은 점과 대자보 게시가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 방식인 점 등을 강조했다.

그 사이 표현의 자유가 더욱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도 계속돼 왔다. 지난 16일 대법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 칭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발언을 공인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교환과 검증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인데, ‘공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 보장’이 그 이유였다.

이에 따라 김씨 사건에 관심이 쏠린다. 판사 출신 C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관들의 반대의견이 늘었고(7:2→5:4), ‘공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 최대한 보장’하는 취지의 판결도 계속된다”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논란이 있는 김씨의 사건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 사건에서 건조물침입죄 적용은 과도했다는 주장도 있다.

형사 전문 D변호사는 “‘침입해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도 있었을 것”이라며 “(김씨 사건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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