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의사 술마시고 진료봤다”…법원, ‘면허정지 부당’ 판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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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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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진료’ 신고…의사면허정지
법원 “비도덕적 의료행위 아냐”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됐다는 사정만으로 의사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정형외과 전문의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의사면허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B씨는 2017년 9월6일 오후 8시46분쯤 A씨가 병원 휴게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의사가 응급실에서 와인을 마시고 환자를 봤다”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음주감지기로 A씨의 음주를 확인했다. 음주감지기에는 0.05% 이하의 낮은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 경찰서는 야간진료를 받은 환자와 병원 직원들의 진술을 종합해 ‘A씨가 와인을 마신 후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종결 처리했다.

B씨는 또 A씨 병원의 관할구 보건소장에게 “A씨가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하기 전 휴게실에서 음주를 했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보건소장은 지난 2019년 2월 보건복지부에 해당 사안이 의료법에 따른 자격정지 행정처분 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를 의뢰했다.

복지부는 같은해 11월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야간진료를 했고 이는 비난가능성이 큰 비도덕적 진료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의사면허 자격을 1개월간 정지했다.

의사 “‘비도덕적 진료행위’ 아니다” 주장

이에 불복한 의사 A씨는 “야간진료 전 술을 마신 적이 없고 진료에 지장 있을 정도의 주취상태에 있지도 않았다”며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가 매우 낮았고 실제로 진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면허 정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복지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면허정지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됐다는 사정만으로는 A씨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전날 마신 술의 영향으로 약한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술을 마시는 장면을 B씨가 직접 목격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A씨와 B씨 사이 갈등관계가 있었던 점을 보면 B씨의 진술만으로 A씨가 술을 마셨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설령 A씨가 술을 마시고 진료를 했더라도 A씨에게서 감지된 혈중알코올농도가 상당히 낮고 진료받은 다른 환자가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오히려 A씨로부터 치료를 잘 받았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비춰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A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며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처분을 취소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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