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타려는데 ‘닫힘’ 눌렀다가 벌금 ‘100만 원’…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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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04. 오후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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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닫히고 있는 엘리베이터 문 /(우)열림 버튼과 닫힘 버튼('열림' 에 비해 '닫힘' 버튼 비닐이 더 훼손)

-엘리베이터 탑승 노인 보고도 '닫힘 버튼'...40대 항소심도 '벌금 100만 원'
-"주의 의무 없다...넘어져 다친 것도 인과 관계없다" VS "사회 생활상 주의 의무"

당신은 엘리베이터를 하루에 몇 번 이용하시나요? 그리고 '닫힘 버튼'을 얼마나 자주 누르시나요?

저는 집을 나선 오전 7시 20분부터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한 오전 9시까지 1시간 40분 동안 4번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습니다. 닫힘 버튼은 친절하게(?) 다른 분들이 눌러줬습니다.

그런데 2019년 5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는 엘리베이터 탑승과 관련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80대 노인 A 씨가 상가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닫히는 문에 부딪혀 쓰러지면서 뇌진탕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A 씨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40대 B 씨가 자신이 타려고 하는데도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눌러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B 씨는 1심 법정에서 탑승객인 자신에게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누르는 것과 관련한 주의 의무가 없고, 문이 닫힌 것과 A씨가 넘어진 것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 수동으로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 경우 더 이상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 오가는 사람이 문에 부딪히지 않도록 할 '생활상의 주의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 B 씨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 여러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확인되는데도 문이 열리고 불과 2~3초 만에 닫힘 버튼을 눌렀고, 이는 탑승객으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B 씨에게 사고 책임이 있다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B씨는 항소를 했지만, 어제(3일) 2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은 판단을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
"엘리베이터 이용자 상호 간 피해 발생을 방지하거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일정 범위의 사회생활상 주의가 기울여져야 할 필요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미 닫힘 버튼을 눌러 문이 닫히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엘리베이터로 뛰어들어오다가 넘어져 다치게 된다면 어떤 판단이 나올까요?

1심, 2심 재판부가 판단의 근거로 내세웠던 '생활상의 주의 의무' '사회 생활상 주의 의무'에 비춰보면 답이 나올 듯한데요.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김진욱 변호사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이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고 말합니다.

"엘리베이터 내 탑승객이 직접 '닫힘 버튼'을 눌러 문이 이미 닫히고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 뒤늦게 엘리베이터를 급히 타려는 모습이 눈으로 확인됐는지 여부, 열림 버튼을 눌러 문 닫힘을 중지시킬 수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즉, 다른 누군가 타려는 모습이 엘리베이터 내 탑승객의 눈으로 확인되지 않았거나, 설사 탑승 의사가 뒤늦게 확인되었다고 하더라도 문 열림 버튼을 눌러 다시 문이 열리게끔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은 관계로 문 열림 버튼을 누르지 못하였다든지 또는 열림 버튼을 뒤늦게 눌렀음에도 다른 탑승객이 엘리베이터 문에 부딪혀 다친 경우, 이는 엘리베이터 선 탑승객에게 사회생활상 요구되는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어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편, 사고 후 화가 나 B 씨를 폭행한 A 씨도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모두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김기흥 ( he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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