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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알못] 옆 동으로 잘못 배송된 밥솥, 뜯어서 쓰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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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04. 오후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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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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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와 연관없음 _사진=연합뉴스


택배 직원 실수로 주문한 전기밥솥이 같은 아파트 옆 동으로 배송되는 일이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사실을 올린 A 씨는 "밥솥이 고장 나서 40만 원가량의 밥솥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고 운을 뗐다.

이틀 후 택배 배송이 완료됐다는 택배기사의 문자를 받았다.

그런데 A 씨의 집에는 택배가 오지 않았다.

혹시나 해 관리실 택배보관소에 가서 확인해 봤지만 그곳에도 밥솥은 없었다.

택배 직원에게 전화하니 관리실에 보관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관리실에 사정 얘기하고 CCTV를 돌려본 끝에 며칠만에 옆 동 주민이 가져간 사실을 알게 됐다.

택배 직원이 분류할 때 동호수를 착각해 다른 곳에 둔 것이다.

A 씨는 해당 동호수에 찾아가 "가져가신 밥솥 제 것이다"라고 말했다. 옆 동에 사는 B 씨는 "아들이 보내준 건 줄 알고 썼다"며 다급하게 밥솥에 있던 밥을 퍼내고 돌려줬다.

사은품으로 받은 잡곡도 이미 먹은 상태였다.

엄마뻘 되는 분이라 다른 말은 하지 못하고 "찾았으니 됐다"고만 하고 돌아온 A 씨는 "밥솥을 받지 못해 즉석밥을 사먹은 것도 분통터지고 남이 쓰던 물건을 써야 한다는 찝찝함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네티즌들은 "아들이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주소를 잘못 적을 순 있지만 엄마 이름을 틀리게 적진 않는다", "나 같았으면 그 밥솥 쓰라고 하고 새로 사 달라고 했을 것이다", "절도로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어야지 왜 아무 말도 못 하고 가져왔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다른 집에 배송됐어야 할 택배가 우리 집으로 왔을 경우 이를 돌려주지 않고 쓸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까.

김가헌 변호사는 "포장박스에 타인의 주소, 성명이 표시되어 있고, 40만 원대의 고가물건을 선물로 주고받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인의 물건이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절도죄에 해당할 듯싶다"고 말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달지 주소를 보면 자신에게 배달된 물건이 아닌 걸 알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논리칙과 경험칙에 부합한다"면서 "선물로 알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배 물건은 그 운송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현재 택배 물건을 현실적으로 점유하지 않더라도 그 점유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점유를 상실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지만 이 경우는 점유가 인정돼 절도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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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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