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서 샀는데 네이버 책임없다? 이런 발뺌 안 통합니다

입력
수정2021.03.07. 오후 9:44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공정위,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안 입법예고
앞으로 네이버나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물건 판매자뿐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 또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같은 중고 거래 앱을 통한 개인 간 거래에서 분쟁이 났을 경우 플랫폼 사업자는 판매자의 개인 정보를 구매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5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상반기 중 법안 국회 상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개인 정보 수집은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피해 시 플랫폼도 연대 책임

개정안은 판매자와 플랫폼 업체의 연대 책임을 규정했다. 그간 소비자가 네이버 같은 유명 플랫폼에 물건이 올라와 있어 안심하고 쇼핑했다가 피해를 본 경우에도, 플랫폼 업체는 ‘우리는 단지 거래를 중개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플랫폼 업체 스스로가 거래 담당자인 것처럼 소비자가 오인하게 했을 경우 판매자와 연대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인지, 혹은 결제·배송·환급 중 한 부분을 판매자와 분담했는지 아니면 상품 거래를 단순 중개한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도록 했다. 플랫폼이 직판매하거나 판매 과정의 일부를 담당할 경우 연대 책임을 지게 된다. 단순한 상품 거래 중개의 경우에는 플랫폼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배송 지연이나 미배송이 발생했을 경우 소비자는 입점 업체와 플랫폼 사업자 모두 또는 둘 중 하나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한국법제연구원의 2019년 ‘전자상거래 피해 현황과 소비자 인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중개 쇼핑몰을 신뢰하여 거래했기 때문에”(69.7%), “중개 거래를 통한 수수료를 취득했기 때문에”(47.9%) 플랫폼 운영 사업자의 책임도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직구와 같이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도입된다. 국내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대규모 해외 사업자의 경우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사전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해외 사업자에게는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해 사후 분쟁을 원활하게 처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개정안은 소비자가 광고 제품을 순수한 검색 결과로 오인해 구매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플랫폼 업체가 검색 결과인지 광고인지 구별해 표시하도록 명시했다. 플랫폼 사업자는 조회 수, 판매량, 광고비 지급 여부 등 검색·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을 명기해야 한다. 업체가 개별 소비자의 기호·연령·소비습관 등을 반영한 ‘맞춤형 광고'를 할 경우 소비자가 이를 인기 상품이라고 오인하지 않도록 ‘맞춤형 광고’라고 별도로 표시하도록 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과거에는 소비자가 광고인지 정보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정확하게 알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 “결국은 소비자 피해” 반발

개정안은 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플랫폼 업체가 실명·주소·전화번호를 제공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 등 개인 간 중고 물건을 중개하는 업체는 분쟁이 났을 경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쪽에 상대방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당근마켓 이용자 양모(45)씨는 “만약 구매자가 사 간 물건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억지를 쓰면 그 구매자에게 내 정보가 몽땅 넘어간다는 말 아니냐”고 했다. 현재 당근마켓 등 다수의 중고 물품 플랫폼은 이용자의 이름과 주소 등을 수집하지 않는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하면 분쟁 해결을 위해 이용자 정보를 추가 수집해야 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중개업자가 분쟁 시 제공할 목적으로 모든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보관토록 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했다.

개정안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플랫폼 업체가 연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검증된 판매자만 플랫폼에 입점하게 해 결과적으로 판매자의 사업 기회가 축소된다는 것이다. 또 플랫폼 입점 수수료 상승이 불가피해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훈 기자 runto@chosun.com]




조선일보가 뽑은 뉴스, 확인해보세요
최고 기자들의 뉴스레터 받아보세요
1등 신문 조선일보, 앱으로 편하게 보세요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