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사람은 없고 음식만" 엘베에 음식 실어보내고 사라진 배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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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27. 오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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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본문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엘리베이터에 음식 올려 보냈어요. 죄송합니다."

최근 배달음식을 주문한 A씨는 배달기사의 행동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문한 음식을 A씨 집 앞에 두고 가는 대신 엘리베이터에 그냥 실어서 올려보낸 건데요.

배달기사에게 "(음식을) 4층 엘리베이터 앞에 놔뒀다"는 문자가 도착했지만 정작 A씨는 음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1층 계단까지 내려가 봐도 보이지 않아 배달기사에 전화를 거니 "엘리베이터에 음식만 올려 보냈다"는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누리꾼들 역시 A씨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러다 음식 도둑맞으면 누구 책임이냐" "거리두기로 이해해보려고 해도 이건 아니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주문한 배달음식, 사라져버렸다면

엘리베이터는 공동주택 거주자 모두가 접근 가능한 장소입니다. 이번 사례의 A씨는 운좋게 음식을 찾아왔지만 주문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배달기사의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A씨가 아닌 다른 주민이 얼마든 음식을 가져가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당연히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법상 운송물이 도착지에 도착한 때는 수하인(배달시킨 고객)은 송하인(음식점주)과 동일한 권리를 취득합니다. 운송물 도착 후 그 인도를 청구할 때 비로소 송하인의 권리가 송하인의 권리에 우선합니다. 이런 법리를 적용해 손님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배달음식의 소유권은 아직 점주에게 있다고 본 과거 판례도 있습니다. (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7다240496 판결)

물론 아직 배달 중인 음식물 분실에 대한 유사 판례가 없어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같은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고객이 주문한 음식물이 고객에게 전달되기 전까지는 음식점주의 소유로 볼 수 있는 거죠. 따라서 배달원은 점주의 음식을 아무데나 두고 가 분실하게 만든 셈입니다.

만일 A씨가 끝까지 음식을 찾지 못했다면 '음식 주문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점주에게 음식을 다시 가져다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점주는 A씨에게 음식을 다시 보내주되 배달 기사에게 부주의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합니다.

고객이 요청한 배송장소가 아닌 곳에 임의로 물건을 두고 가는 행위는 배달기사의 중과실에 해당합니다. 소비자 요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로 업무를 충실히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에 음식을 올려보냈을 때 배달 기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는 딱 하나, 고객인 A씨가 이를 요구했을 때입니다.

◇엘리베이터 속 배달음식 슬쩍했다간

이 사건 엘리베이터 속 음식처럼 주인 없이 덩그러니 떨어져있는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서 내 맘대로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한순간의 견물생심으로 손을 뻗었다간 점유이탈물횡령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점유이탈물이란 원래 주인에게 소유권이 있지만 잠시 점유를 벗어난 물건을 일컫습니다. 사용뿐 아니라 단순히 가져가기만 해도 처벌대상입니다.

다만 타인의 물건을 가져갔다고 무조건 죄가 되는 건 아닙니다.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물같이 이용,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서 배달음식을 주워 집으로 가져온 뒤 점주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는 등 음식을 먹으려는 생각이 없었음이 증명된다면 점유이탈물횡령이 아닙니다.

요즘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현관문 앞에 두고 가달라'는 요청사항을 적는 이들이 많은데요. 남의 집 현관문 앞에 있는 음식을 가져가면 점유이탈물횡령 아닌 절도죄가 성립해 처벌이 더 커집니다. 현관문 앞에 놓인 음식을 누가 버렸거나 잃어버린 것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죠. 이는 이미 주문자의 지배 범위 안에 있는 소유물이라고 봐야 합니다.
글: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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