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가짜 부친상' 속여 조의금 받아낸 공무원…사기죄 처벌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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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21. 오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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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사진=게티이미지
서울 송파구의 한 공무원이 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속여 동료들부터 조의금까지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송파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50대 공무원 A씨는 지난달 28일 송파구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경조사 게시판을 통해 부친상 소식을 직접 전했습니다. 동료 직원들은 A씨에 조의금을 전달했고 일부 직원은 장례가 치러지는 충남 부여까지 내려가 조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A씨는 규정에 따라 주말을 제외하고 5일을 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A씨의 아버지가 이미 예전에 돌아가셨다는 얘기가 돌며 내부 감사가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A씨의 지난달 장례는 부친상이 아닌 숙부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씨는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는 한편 "숙부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동료들을) 속였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동료들 사이에선 A씨의 행동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알리고 조의금을 받은 것은 물론 부친상 휴가 규정에 따라 5일 휴가를 다녀온 것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부친상으로 알고 건넨 조의금, 사기죄될까

계속되는 논란에 송파구 관계자는 "부조금과 관련해서는 반환을 위한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으나 당사자가 스스로 반환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만약 A씨가 스스로 부의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조의를 전한 동료들이 A씨를 사기죄로 고소할 수도 있을까요?

사기죄는 다른 사람을 속여 경제적 이득을 취했을 때 성립합니다. 속인 행위, 즉 기망이란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데요. (형법 제347조)

여기선 부조금을 주는 행위가 '재산상 거래관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판례는 부조금을 증여의 일종으로 봅니다. 즉 부조금을 건네주고 유족이 이를 받으면 증여계약이 성립합니다. 증여는 한번 이뤄지면 무르기 매우 어렵지만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는 적법한 취소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숙부상을 친부상으로 속인 행위에 대해 기망이 인정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상가에 조의를 표하는 것 자체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A씨가 조의금을 받아내기 위한 의도를 갖고 적극적으로 동료들을 속였는지에 대해서도 별도 판단이 필요합니다.

만일 A씨가 문제의 부조금을 다시 돌려준다면 어떨까요? 사기죄는 타인의 재물을 불법적으로 취득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실제로 행했을 시점에 성립하므로 편취한 금원의 반환은 유·무죄 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론상으론 그렇지만 돈을 돌려주는 경우 합의로 간주해 법적 절차를 밟지 않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광주의 한 중학교 교장이 가짜 청첩장을 만들어 교직원에게 돌린 사실이 들통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교장은 학부모 및 각종 친목회에게 미리 축의금을 받아갔는데요. 가짜 결혼이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돈을 돌려주며 별다른 형사고소 없이 사건이 마무리됐습니다.

◇부친상 아닌데 특별휴가 사용했다면

A씨는 부친상을 당했다는 이유로 특별휴가를 받아 5일을 쉬었습니다. 거짓 사유로 휴가를 받아낸 행동은 명백한 규정 위반입니다. 아무리 숙부를 아버지처럼 여겼더라도 법적으로는 숙부는 숙부일 뿐입니다.

공무원은 언차 외에 사회통념 및 관례상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특별휴가를 부여받습니다. 경조사휴가 또한 가족관계에 따라 휴가일수가 차등적으로 부과됩니다. 이 중 배우자, 본인 및 배우자의 부모가 사망한 경우에만 5일이 주어지며 이 사례와 같은 숙부 장례는 특별휴가 부여 대상이 아닙니다. 원칙대로라면 A씨는 자신의 개인 연가를 사용했어야 합니다.

지난 2018년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거짓 보고를 한 뒤 개인 일정을 보낸 경기도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됨과 동시에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송파구청 입장에선 5일의 유급휴가만큼의 비용이 발생했으니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도 있죠. 이처럼 부당휴가를 취득했다면 징계 외에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별도로 휴가 결재 담당 공무원을 속여 5일의 휴가를 부여하게 했다는 점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글: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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