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반찬 특허출원을 특허로 착각한 가맹점주, 구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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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18.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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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33)
밑지고 장사하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판매자는 가급적 상품을 좋게 포장해 가격을 좀 더 받으려 할 것이고, 소비자는 상품에 하자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할 것입니다.

물건에 대한 중요한 정보는 설사 그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것일지라도 당연히 상대방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선 상대를 속이고 거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합니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 판결 등). 객관적으로 정보의 공개 여부에 따라 거래의 성사가 갈릴 정도로 중요하다면 당연히 상대방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건에 대한 중요한 정보는 설사 그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것일지라도 당연히 상대방에게 공개해야 한다. [사진 pixabay]

같은 취지에서 가맹본부는 가맹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가맹본부와 협의하는 가맹희망자나 기존 가맹점주에게 계약의 체결·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하면 안됩니다(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2호). 하지만 실제로 계약의 체결·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인지는 분명하지 않는데요. 문제가 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A사는 가맹점주에게 제공하는 반찬 등 일부 식자재에 특허출원(신청)만 했고, 실제로는 특허결정을 받지 못했음에도 가맹점주에게 공개하는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에 식자재를 ‘특허제품’으로 기재하고 ‘출원번호’도 기재했습니다. 하지만 A사는 특허심사를 청구하지 않아 특허를 받지 못했습니다. 특허를 잘 모르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출원번호를 특허번호로 착각하고 A사가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A사는 직원의 실수에 불과하다며 식자재의 특허등록 여부는 가맹계약을 달리할 정도로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실제로 A사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찬이 특허 대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인데요. 가맹점주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가맹점주는 A사가 반찬에 대해 특허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찬을 직접 조달할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무조건 본사에서 살 수밖에 없는 불이익을 입었던 것이지요. 결국 A사는 6000만 원의 과징금을 내고,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를 자진 시정했습니다.

놀이학교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인 B사의 사례를 볼까요. 가맹점주들은 거액의 개설 회비를 지급해 B사와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교육원을 임차해 인테리어 공사도 하고 학부모를 상대로 두 차례나 설명회도 개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B사는 교육원을 평생교육시설로 신청했을 뿐, 학원법상 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B사는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비영리법인 또는 면세법인사업자로 사업자 등록증을 받아 운영하려 했지만, 그러한 편법은 학원법상 허용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영리 목적으로 교육원을 운영하려 했던 가맹점주들은 B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고, 결국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가맹점주들은 B사가 교육원을 학원으로 등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교육원을 수익이 나지 않는 것처럼 운영하는 편법을 설명했다는 겁니다. 가맹본사가 가맹점주들이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는데요. 반면 B사는 학원으로 등록할 수 없다고 설명했고, B사의 자문 세무사를 통해 세무 교육도 해줬다며 반박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B사는 가맹점주들이 지출한 가입비와 교구대, 인테리어 비용의 70%를 배상해야 했지요.

1심에서는 가맹본사가 법률적 제한까지 고지할 의무가 있는 지가 쟁점이었다. 2심 법원은 가맹 본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마지막으로 최근 대법원에서 나온 사안을 보겠습니다. 가맹점주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업체인 C사와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편의점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곳은 산업용지 내 신축공장 지하에 있어 공장 내부 종업원을 대상으로 한 구내매점만 운영이 가능하고 일반인 대상의 편의점 영업을 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관할청은 편의점 업주에게 편의점을 철거하라고 경고했는데요. 결국 업주는 편의점을 자진 철거할 수밖에 없었고 가맹본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가맹본사는 응하지 않았고 소송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가맹점주는 가맹본사가 ‘가맹점 개설에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재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가맹 계약 과정에서 가맹본사는 산업단지 내에 가맹점 운영 사례가 있는지 묻는 가맹점주에 ‘운영 중인 가맹점이 있다’고만 답했을 뿐 위와 같은 법률적 제한까지는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에서는 가맹본사가 위와 같은 법률적 제한까지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2심 법원은 가맹 본사의 손을 들었는데요. 가맹본사는 가맹본사가 그런 사정까지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통상적인 편의점 형태로 운영할 수 없다는 사정을 알았다면 가맹점주가 가맹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맹점주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11324). 대법원은 특히 가맹점주가 가맹본사에게 산업단지 내 가맹점 운영 사례를 문의했다는 점에 주목했는데, 이때 가맹본사는 위와 같은 사항을 가맹점주에게 고지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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