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이트서 돈 잃자 “보이스피싱”…허위신고로 계좌정지 시킨뒤 돈 뜯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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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31. 오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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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5일 30대 남성 A 씨가 전북 정읍경찰서를 찾았다. 대출을 해준다는 말을 믿고 수수료 명목으로 100만 원을 송금했다는 것.

A 씨는 경찰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 진정서와 은행거래내역 확인증을 제출한 뒤 돈을 보낸 계좌 2개를 지급 정지시켰다. 이어 피해구제 신청을 통해 송금한 100만 원을 돌려받았다. 이후에도 A 씨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7차례나 더 신고했고 5차례 피해금 환급을 위한 구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A 씨의 경찰 신고는 모두 거짓이었다. A 씨는 일용근로자 B 씨(35)의 지시를 받고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 계좌 2개를 보이스피싱 계좌로 허위 신고했다. B 씨는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 운영자가 연락을 하는 경우 계좌 지급정지 취하를 이유로 합의금을 요구했다.

불법 도박사이트 업자들은 수입금이 들어오는 은행계좌가 지급 정지되면 활동을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최근 경찰 단속이 강화되면서 입금되는 차명 법인 계좌인 대포통장도 구하기 힘들어졌다.

B 씨는 자신이 허위 신고를 계속할 경우 도박사이트 운영자나 경찰이 눈치를 챌 것을 우려했다. 그는 A 씨 등 6명에게 건당 10만 원을 주고 경찰에 허위신고를 하도록 시켰다.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전남 고흥과 구례, 전북 정읍과 고창, 충남 논산 등 전국 5개 경찰서에 27건의 가짜 보이스피싱 피해신고를 했다.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돈을 잃은 A 씨는 도박사이트 업자의 은행 계좌동결이라는 황당한 사기로 골탕을 먹인 셈이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윤봉학 판사는 31일 위계공무집행방해혐의와 사기혐의 등으로 기소된 B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허위신고를 도운 A 씨 등 6명에게 벌금 500만~7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 씨 등이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신청제도를 악용하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찰을 이용했다”며 “B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수사를 적극 협조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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