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증인' 예비군 거부…대법 "양심 따랐으면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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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28. 오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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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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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첫 예비군 훈련이 4일 전국 250여 개 훈련장에서 시작됐다.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 예비군훈련대 모의사격장에서 예비군(황색모자띠)과 현역(청색모자띠)이 시가지 교전훈련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도 정당한 거부로 인정해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지난 2018년 11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이은 후속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8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혐의(예비군법 위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예비군 훈련 거부’로 유죄 판결
A씨는 2017년 수차례 예비군훈련 소집통지서를 송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을 징역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씨는 “양심의 자유에 따라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예비군법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ㆍ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주장은 ‘양심표명의 자유’로 인정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헌법상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같은 가치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1심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2심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항소심 판결을 받아든 때가 2018년 2월이었다.

2018년 11월, 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판결
하지만 그로부터 9개월 뒤, 상황은 바뀌었다.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로 인정한 첫 판단을 내놨기 때문이다. 기존 판례가 바뀐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 처벌 등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며 “이들에게 병역의무를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처벌을 가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해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당시 대법원은 “양심은 어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개별 사건마다 이 ‘진정한' 양심인지 면밀히 따져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진정한 양심적 예비군 거부'도 인정
이번 A씨 사건에서 대법원은 2018년 바뀐 병역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예비군법을 위반한 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따졌다.

대법원은 “예비군법의 해당 조항도 병역법 조항과 마찬가지로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한 조항이고, 예비군 훈련도 군사 훈련을 수반한 병역 의무 이행이라는 점은 같다”고 판단하며 2018년 전합 판결을 예비군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적용해 해석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김진우 변호사는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를 무죄로 판단한 사례가 있었지만, 대법원이 판단한 것은 첫 사례"라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재판이 진행중인 이들은 약 30명정도다. 1명이 여러 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가 다수여서 50여건의 사건이 진행 중이고, 이중 하급심에서 21건이 무죄를 받았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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