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 비양육 부모는 책임 없다" 대법원 첫 판결

입력
수정2022.04.14. 오후 1:47
기사원문
유혜은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사진-JTBC 캡처〉
미성년 자녀가 불법행위를 저질러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친권자·양육자가 아닌 부모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감독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14일) 대법원 1부는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 유족들이 가해 미성년자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8년 당시 17살이었던 가해자 A군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6살 B양을 알게 됐습니다. A군은 B양의 의사에 반해 나체 사진을 찍었고, 이후 B양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리고 B양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검찰은 성폭력처벌법과 협박 혐의를 적용해 A군을 기소했고, 법원은 A군을 소년부에 송치한 뒤 보호 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피해자 B양의 유족은 A군과 그의 부모를 상대로 4억3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군 부모가 자녀에 대한 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것이 B양 유족의 주장이었습니다.

쟁점은 A군 아버지가 친권자·양육자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A군 아버지는 A군이 만 2세일 때 협의이혼을 했고, 이후 A군 어머니와 연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군 아버지에게도 1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자녀의 보호·교양이 친권자의 권리의무로 지정돼있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의무는 친권자의 권리의무 이전에 부모로서의 권리의무"라며 "친권자로 지정되지 못한 부모에게도 당연히 부여된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지 협의이혼을 하면서 친권자로 지정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 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A군 아버지에게 책임이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이혼으로 인해 부모 중 1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비양육친)는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해 일반적인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해 공동 양육자에 준해 자녀를 보호·감독을 하고 있었거나,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감독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비양육친도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2심이 "비양육친인 A군 아버지에게 감독 의무를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아무런 심리·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