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이들’…합의·민사소송도 절도 피해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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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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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촉법소년 최근 3년 증가↑
만10세 미만은 통계·보호처분도 없어
합의나 민사소송도 피해자 몫
“사실관계 확인 방법이라도 쉬워져야”
경찰 로고,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0대 아이들의 절도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자의 경우, 합의가 아니면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등 피해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 받기가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절도 범죄로 소년부 송치된 촉법소년(만10~13세) 수는 ▷2018년 3801년 ▷2019년 4536명 ▷2020년 5123명으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14명이 절도 범죄로 소년부 송치되는 셈이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로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처분에는 소년원 송치(최대 2년),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등 10가지 종류가 있다.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의 경우는 보호처분도 받지 않고, 관련 공식 통계도 없다.

문제는 형사미성년자의 절도 범죄를 겪은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 받고 손해를 배상 받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경기 남양주의 한 무인문구점에서 초등학생 두 명이 600만원 상당의 물건을 수개월에 걸쳐 훔친 일이 화제가 됐다. 피해 업주 김모 씨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아이들의 부모가 약속한 합의금을 주지 않아 도난보험으로 처리하려 했다. 보험사에 낼 확인서류가 필요했지만 아이들이 만 9세라 경찰로부터 ‘실효성이 없다’며 피해확인서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위한 일정을 잡자”며 에게 연락을 한 상태다.

경찰 입장에서도 고충은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형사미성년자 대상 수사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죄의 책임을 물어 재판에 넘기거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게 수사의 목적이다”이라며 “CCTV 등으로 범죄 사실은 확인된 상황이라면 현 시스템에선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 방법도 없을 뿐더러 자칫하면 피의자 부모 입장에선 아이에 대한 수사권 남용이 될 수 있어 경찰은 사실상 중재 정도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피해 회복을 위해 민사소송을 직접 제기하거나 당사자와 합의 등에 직접 나서야만 한다는 점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신 김앤컴퍼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어느 선까지 수사를 할 지가 관건이겠지만 수사를 할 수는 있다”며 “배상을 받기 위한 사실관계 확정을 위한 수사권 발동이 있어주고 그걸 토대로 형사피해자 배상명령제도를 확대 적용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의 한 무인문구점에서 만 9세 초등학생들의 절도 범죄 피해를 입은 업주가 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 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 등 교육기관의 역할이 작동하지 않으며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튜브 등에 노출돼 어른들의 모습을 학습한 아이들이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을 배우기 전에 범죄를 실행하는 측면이 있다”며 “남과 나의 물건의 경계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 꾸준히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미숙하고 발달 단계에 있지만 ‘어리다’고 감쌀 일이 아니다. 나쁜 행동을 하면 반성과 참회을 갖게 하거나, 부모가 처벌을 받거나 해서 책임을 진다는 걸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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