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했던 남편, 알고보니 출장때마다 성매매…이혼 할까요 [더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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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23. 오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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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21)

이혼 결정은 혼인을 결정하는 것처럼 누구를 위해서, 누구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사진 pxhere]
Q 남편이 결혼하자고 했을 때 기뻤습니다. 남편은 친구들에게 신의가 있었고, 성실했기에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정조의무도 충실하게 지킬 거라 믿었습니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남편은 제가 겪는 산통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제 옆을 지켜주었고 사랑의 맹세를 다시 했습니다. 그래서 상상도 못했습니다. 남편이 출장을 갈 때마다 성매수를 한다는 것을요. 남편과 같이 출장을 갔던 회사 동료의 아내가 전화를 할 때까지 저는 완전히 속고 살았습니다.

어쩌면 그 전화를 받지 않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후부터 저는 지옥을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솔직하게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다짐을 하지만 저를 완벽하게 속였던 남편을 믿기 어렵습니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을 어떻게 남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어 이혼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아들이 맘에 걸립니다. 아무 잘못이 없는 아들이 부모로 인해 너무 큰 상처를 입을 생각을 하니 결국 남편을 용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편을 예전처럼 대할 수 없고, 얼굴도 보기 싫고 같이 식탁에 앉을 수도 없습니다. 저만 참으면 될 것 같은데 너무 어렵습니다. 다시 이혼을 생각해 보다가 아빠 없이 자랄 아들에게 너무 미안해 주저앉기를 반복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이혼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혼을 결심하고 법적 절차를 문의하지만, 한 두 분은 사례자처럼 과연 이혼이 답일까 물어봅니다. 저는 이혼을 하라고 권하지도 않고, 이번 한 번만 참아보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말씀은 모르겠다고 하지만 이미 본인이 답을 알고 있습니다. 이혼을 할 것인가 하는 결정은 혼인을 결정하는 것처럼 누구를 위해서, 누구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지옥에도 갈 수 있는 사람이기에 자식에게 해가 될 수 있다면 죽을 만큼 힘들어도 참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참고 살기로 결심했다면 그것 역시 본인을 위해 결정한 것입니다. 그것을 자식을 위해 내 인생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드립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서 하게 되면 은연중에 대가를 기대하게 되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불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자식의 행복이 본인의 행복이니 냉정하게 보면 결국 본인을 위해서 결정한 것이죠.

이혼 후에 그 결정이 아이에게 상처만 주는 것은 아닌지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사진 pixnio]

다른 말씀을 드릴게요. 이혼 후에도 면접교섭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원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판결을 받은 후 법원이 정한 면접교섭 기간을 단축하자는 말을 들었다면서 어떻게 아빠라는 사람이 그럴 수 있냐는 엄마, 면접교섭을 위한 4시간 내내 따뜻한 밥 한끼 해먹이지 않고 대형마트 안에서만 있다가 보냈다고 전 배우자를 탓하는 아빠. 모두 말미에는 성인인 당신들은 참을 수 있지만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혼을 결정해 아이에게 상처만 주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참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자책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경우도 누구의 탓이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이혼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결국 이 아픔을 어떻게 봉합하고 살아 견뎌 낼 것인지를 정하는 것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례자가 이혼을 결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사례자의 탓이 아닙니다. 원망만 계속하면서 살 수는 없죠. 그럴 거면 이혼을 하지 않기로 정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이혼의 결과 아들이 고통을 겪는다고 해도 그것은 사례자의 탓이 아닙니다. 사례자와 아들이 힘을 합하여 극복해야 할 부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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