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아기 못 구한 엄마 엄벌하라” 진정 빗발… 1심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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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20. 오전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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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건 관심 늘며 법원 고심

불이 난 집에서 아이를 구하지 못한 25살 엄마를 엄벌해 달라는 진정서가 법원에 빗발치고 있다. 정인이 양부모 사건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여파로 보인다. 높아진 관심이 자칫 일방적인 비난으로 연결돼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엄마의 경우도 1심에서 “쉽게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25)의 아동학대치사 사건 항소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에는 이날까지 200여건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뒤늦게 아동학대 관련 카페에 사건이 알려지고 맘카페에 퍼지면서 탄원이 늘어난 것이다.

앞서 A씨는 2019년 4월 화재가 난 집에서 12개월 된 아이를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저녁 무렵 안방 침대에 아이를 재워 놓고 작은방에서 잠을 자던 A씨는 집에 불이 나자 안방 문을 열었다. A씨는 연기를 빼려고 현관문을 열고 다시 안방으로 갔지만 연기와 불길이 심해져 아이를 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안방 문과 아이 사이의 거리가 2m 정도로 아이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직접 아이를 데리고 나오진 못했지만 나오자마자 119에 신고했고 지나가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도 화재 상태가 쟁점이 됐다. 화재를 분석한 대검찰청 수사관은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A씨가 처음 안방에 갔을 때 아이 얼굴이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화재 초기로 추정된다”면서도 “현관문을 여는 순간 공기가 유입되면서 연기가 확산됐을 가능성 등 변수가 많다”고 했다. A씨는 “다시 안방으로 갔을 때는 연기가 많이 나서 숨을 못 쉬겠어서 나왔다”고 진술했다. 법정에서 재생된 A씨의 119 신고 전화 녹음본에는 “아, 불났어요! 안에 아기 있어요”라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해당 사건에 엄벌 요구가 이어지는 건 학대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형사처벌은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재경지법의 판사는 “기존에 아이를 유기하거나 학대했던 정황이 없다면 이 상황만으로 죄를 묻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민 법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판사의 재량권을 벗어나는 범위가 아니라면 법관의 독립적 판단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A씨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2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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