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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알못] 상간남과의 아이가 아프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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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17. 오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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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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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른 남자가 생긴 아내의 이혼 요구를 거부했다가 고민에 빠진 남편이 있다.

남편 A 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간남의 아이가 아프다고 연락이 왔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짐을 싸서 나가버린 아내가 몇 년 만에 연락해 왔다"고 전했다.

아내 B 씨는 A 씨에게 "아이를 낳았는데 출생신고가 안되니 이혼 좀 해 줘"라고 부탁했다.

A 씨는 "이혼만은 절대 해 줄 수 없다. 내 자식들 엄마 없는 아이로 만들기 싫으니 그 아이 남자한테 주고 돌아와라"라고 말했다.

B 씨는 현재 남자와 낳은 아이는 어쩌냐면서 이혼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B 씨의 이혼소송은 그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됐고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그 아이는 법적 남편인 A 씨의 호적에 올라가는 상황이 됐다.

A 씨는 "우리나라가 미혼모는 쉽게 출생신고가 가능하지만 미혼부는 출생신고가 아주 까다롭다"며 "전 그 점을 철저히 이용하며 그들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해줄 것이다"라고 별렀다.

B 씨는 위자료를 주겠다고 이혼을 종용했지만 A 씨는 무시했다.

그러던 어느날 연락이 왔다.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으며 장염이라 입원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B 씨는 아이가 링거 꽂고 있는 사진을 보내면서 '아이가 아픈데 출생신고가 안 돼 있다 보니 병원비가 너무 들어서 병원 올 수도 없고 어린이집도 못 보낸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진 말은 '아이가 무슨 죄가 있냐. 죗값은 우리가 받을 테니 제발 이혼 좀 해달라'였다.

A 씨는 "그 가느다란 팔에 링거 꽂고 있는 거 보니 아무것도 아이는 무슨 잘못인가 싶어 흔들리다가도 내 자식 아플 때 생각하면 울분이 차오르고 어디서 더러운 불륜의 씨앗의 증거인 아이 사진을 보내나 싶어 더 부아가 치밀었다"고 전했다.

절대 이혼만은 안 해 준다는 A 씨에게 B 씨는 계속해서 "이제 몇 년 후면 아이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제발 이혼해 달라"며 울고 빌었다.

A 씨는 "내 자식들은 엄마 없는 애들 만들어놓고 그 남자와 낳은 아이는 잘 키우겠다는 건가"라며 "어림도 없다. 평생 고통 속에 살아라"라고 선언했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아이가 아파서 입원해 있는 사진을 계속 보다 보니 죄책감이 든다는 것.

A 씨는 "평생 이혼 안 해주고 아이 출생신고도 못 하게 괴롭힐까 싶다가도 나도 인제 그만 과거에서 빠져나와야 새 삶을 살아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B 씨는 A 씨와 이혼해 주지 않는 한 새로 만난 남성과 낳은 아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이는 혼외자 출생신고 및 법률과 관련한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이인철 변호사는 민법 제844조를 근거로 "혼외자의 경우 친모가 출생신고를 하더라도 자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원칙적으로 생물학적인 친부가 기재되지 않으며 이를 기재하기 위해서는 친부의 인지신고나 인지소송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법 제844조에 따르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아내가 혼인 생활 중 외도로 혼외자를 출생하는 사례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혼인생활이 파탄되거나 이혼소송 중에 혼외자를 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출생신고도 어렵고 다른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철 변호사는 "친모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으면 혼외자를 실제 친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기 위해서는 혼외자와 법률혼배우자 사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면서 "혼인 중에 출생한 자녀는 부부의 친자로 추정된다. 친생추정 규정은 혼인 중에 아내가 임신한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법은 혼인 중의 임신한 아이는 그 아이가 실제로는 누구의 아이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 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 즉 혼인한 부부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친생추정 규정은 진실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친자관계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라며 "사례와 같이 아내가 외도로 임신한 자녀의 친부는 외도의 상대방인 남성이 생물학적으로는 친부지만 법적으로는 현재 법률상의 배우자인 남편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형성된 부자 사이의 친자관계를 제거할 수 있는 규정인 친생부인의 소를 인정하고 있다(민법 제847조)"며 "그러므로 만약 혼외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친생부인의 소’를 신속히 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친생부인의 소는 남편 또는 아내가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반드시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친생부인의 소를 기간 내에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친자인지 잘 모르고 기간이 지나는 경우도 있다. 아내가 비밀로 할 경우 남편은 갓난아이가 자신의 친자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뒤늦게 친자가 아닌 것을 알게 되어도 2년의 제척기간을 넘기면 아무리 진실과 다른 가족관계를 수정하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만약 친자가 아닌 것을 알고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다가 뒤늦게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때도 있다"라면서 "그러나 이 소송을 인정받기도 몹시 어렵다. 대법원은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었던 경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그 외의 경우에는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친생자추정 및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은 1958년 구민법 최초 제정 당시부터 도입된 구시대적 법으로 현재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구시대적인 친생 추정의 법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유전자 검사만 하면 아주 간단히 친부 친자 여부를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복잡한 절차와 형식을 고수하는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시대가 변하고 문화도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면 법과 판례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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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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