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최악'이라고 팀장에게 보낸 메신저, 자칫하면 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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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3. 오후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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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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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비즈앤로

/일러스트 박상훈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2)씨는 최근 사내 메신저인 ‘슬랙(Slack)’에서 팀장을 욕하는 메시지를 동기에게 보내려다 그만 팀장에게 보내버렸다. 팀장과 동기 이름이 비슷해 순간 헷갈린 것이다. 김씨는 “슬랙은 카카오톡과 달리 대화 상대마다 채팅창을 따로 띄우지 않고, 프로필 사진도 대화 목록에 표시돼 있지 않아서 잠시 한눈팔면 엉뚱한 사람에게 보내기 십상”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의류 회사에 다니는 오모(34) 차장은 일본 거래처와는 ‘라인’, 사내에선 ‘카카오톡’을 사용한다. 친한 거래처 사람에게 ‘○○ 때문에 회사 그만두고 싶다’고 보내려다가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를 하던 후배에게 보내고 말았다. 오 차장은 “후배가 일본어를 모르는 데다 당사자가 아니긴 했지만, 정말 아찔했다”고 했다. 재택근무가 늘고 디지털 업무 도구가 활성화하면서 온라인 ‘뒷담화’가 공개돼 일어나는 분쟁이 늘고 있다.

팀즈·슬랙·잔디… 코로나가 폭주시킨 업무용 메신저

메신저 험담은 최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바리 웨이스의 ‘폭로’로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웨이스는 지난달 홈페이지에 올린 사직서에서 동료 기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는데, 괴롭힘이 일어난 곳은 사무실이 아니었다. 사내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메신저인 ‘슬랙’에 있는 채널(단체 채팅방)이었다. 웨이스는 동료 기자들이 슬랙에서 그를 ‘나치’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르거나, 자기 이름 옆에 도끼 모양 이모티콘을 붙였다고 했다. 웨이스의 폭로 이후 메신저 뒷담화가 불법인지 아닌지를 놓고 트위터에서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코로나 사태로 확산한 원격·재택 근무는 메신저 험담 문화에 기름을 부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줄어든 자리를 사내 메신저가 채우면서, 이용 시간과 빈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협업용 메신저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의 하루 이용자는 3월 초 3200만명에서 4월 말 7500만명으로 늘었다.

팀즈의 경쟁 상대인 슬랙 역시 코로나로 급성장했다. 슬랙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선 코로나 발병 전인 2월 중순과 비교해 3월 말 사용자 한 명이 하루에 보내는 메시지 수는 21%, 접속 시간은 26% 증가했다. 국산 협업용 메신저인 토스랩의 잔디 역시 지난 4월 등록 이용자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기업들도 코로나 이후 협업용 메신저를 대거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동안 넥슨은 카카오톡과 팀즈, 슬랙 등을 조직별 상황에 따라 활용했고, 넷마블도 구글미트와 라인웍스 등을 사용했다.

여러 메신저를 동시에 사용하다 보니 눈물 날 해프닝도 종종 일어난다. 수도권의 한 스타트업에 다니는 이모(31) 대리는 지난달 전 사원이 있는 팀즈 채팅방에 ‘파트장 또 지○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가 시말서를 써야 했다. 이 대리는 팀즈와 카카오톡, 스카이프를 동시에 쓰는데 여러 메신저를 띄워놓고 대화하다가 카카오톡으로 보낼 개인 메시지를 실수로 전 사원이 있는 채팅방에 보낸 것이다. 이 대리는 “앞으로 실수를 줄이기 위해 개인적 메시지는 무조건 스마트폰으로만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상사가 있는 채팅방 배경 화면은 빨간색 등으로 설정해 실수를 피하려는 직장인도 있다. 최근 네이트온은 직장인들 의견을 반영해 ‘주의 필요 그룹’으로 채팅방을 설정하면 채팅창에 ‘주의!’ 표시가 뜨도록 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일러스트=박상훈



‘메신저 뒷담화’ 잘못하면 최대 징역 7년까지
메신저 험담이 송사로 번지기도 한다. 온라인 험담을 했다고 징계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다. 이에 대해선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에 관한 판례를 참고할 만하다. 그는 사내 메신저로 선후배 변호사와 비서들 험담을 했다가 해고당했다. 변호사는 법원에 해고 무효 소송을 냈다. 법원은 “업무용 메신저로 조직원을 비난하는 행위는 잘못된 게 맞지만 해고하는 것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메신저 뒷담화를 하다가 걸렸을 때 받을 수 있는 형사처벌이나 징계는 어디까지일까.

먼저 메신저에서 일대일로 험담을 한 경우엔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 명예훼손죄가 되려면 공연성, 즉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대일 험담이라도 내용이 유출돼서 널리 퍼지면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일대일 대화와 달리 다수가 모인 메신저 채팅방(이른바 ‘단톡방’)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공연성이 인정된다. 대화 내용이 특정인을 지목한 게 명백하고, 그 특정인의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릴 수준이라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일반 명예훼손보다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더 무겁게 처벌한다.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면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징계는 험담 내용이나 상습성에 따라 그 수위가 달라진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심각한 성희롱, 비하 표현이 포함됐다면 중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도 적용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지침에 따르면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이때 회사는 가해자에게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험담 대상이 돼 억울하더라도 함부로 가해자 컴퓨터에 접속해 메시지 내용을 긁어다 다른 곳으로 옮겨선 안 된다. 정보통신망법상 비밀 침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미 로그인된 컴퓨터를 조작해 열어보는 행위도 비밀 침해로 보고 있다. 가해자 허락 없이 적극적으로 메신저를 열어보거나 대화 내용을 복사해 다른 곳에 올렸다간 ‘역공’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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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 기자 sjsj@chosun.com] [남중구 변호사(법무법인 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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