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유흥업소 가자 해" 명예훼손?…대법 "갑질 폭로면 아냐"

입력
수정2022.05.17. 오후 12:35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SNS서 회사대표 명예훼손한 혐의
1·2심서 혐의 인정돼 벌금형 선고
대법 "다수 이익과 관련된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회사 대표가 유흥업소에 데려간다는 등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스타트업 직원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스타트업에도 직장 내 갑질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므로 같은 업종 종사자 등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 대표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인터넷 영상제작업체 직원이었던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B씨를 겨냥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을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 '단체로 유흥업소에 몰려가 여직원도 접객원을 선택해 같이 앉아야 했다'는 취지의 글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B씨는 직원들에게 술을 강권하지 않았고, 직원들을 유흥업소에 데려가 접객원과 동석하게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수사기관의 판단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자신이 B씨의 직장 내 갑질을 드러내 스타트업의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노동 환경과 직장 문화를 고발하려는 공익적 목적으로 글을 적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가 페이스북 게시글의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했음에도 비방할 목적으로 작성했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A씨의 게시글 중 유흥업소 부분의 경우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객관적 사실에 부합해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벌금 100만원을 판결했다.

대법원은 A씨가 스타트업에도 직장 갑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글을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B씨는 직원들에게 큰 소리를 지르거나 이름을 반복적으로 부르며 화를 내 일부 직원이 울었으며, 술자리에서도 음주 강요가 있었다는 직원들의 진술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B씨는 지난 2017년 A씨에게 '성과를 입증하지 못한 직원들은 연봉을 삭감할 예정이니 공지하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B씨는 일부 기자들이 만든 콘텐츠에서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로 소개됐고, 이를 본 A씨는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는 사정을 언급하며 그와 같은 갑질이 소규모 스타트업에도 벌어진다는 문제를 제기하려는 취지에서 글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소규모 스타트업이더라도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로 선정돼 소개된 회사 대표가 내부에서 직원들에게 고압적인 사풍을 조성하는지는 사회적 관심과 무관하다 볼 수 없다"며 "스타트업의 바람직한 사내 문화는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 등의 관심에 관한 사항으로 다수의 이익과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회적 관심으로 떠오르던 직장 갑질이 소규모 스타트업에도 존재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게시글의 목적이 B씨를 비방하려는 데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