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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휴가 선물 요구에 가족 갑질 전화까지…어느 공무원의 갑질 [D리포트]

제주지방항공청 관제탑의 남자 화장실입니다.

창가에 노란색 액체가 담긴 페트병 여러 개가 놓여 있습니다. 이게 뭘까.

[제주항공청 관제사 : 소변을 숙성시키겠다고 하면서 공용화장실 창틀에 진열을 해놨어요. 그게 이제 복도까지 다 퍼질 정도로 심했고]

지난해까지 관제사들을 통제하던 관제탑 책임자, 탑장 A 씨가 벌인 일이라는 게 사람들 이야깁니다.

[제주항공청 관제사 : 본인이 그렇게 그런 걸 하고 싶으면 이제 가정에서 해야 하는데 이제 근무장까지 갖고 와서 이렇게 하는 거는 거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이제 마음껏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관제사 B씨는 또 육아휴직 기간에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A씨에게 온 전화를 못 받았는데, 부인에게 이런 전화를 했다는 겁니다.

[제주항공청 B관제사 : 와이프가 저한테 전화를 받고 했던 말은 '회사 측에서 공무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왜 전화를 안 받냐']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려는 관제사들에겐 이런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전화 녹음 : A씨-올 때 수박 양손이랑 트렁크에 다 싣고 사람들 선물 갖고 와. 소문 내놓을게, 한 박스 두 박스 사 온다고. B관제사-또또또 부담 주지 마시고 A씨-뭔 부담이야! 나 실없는 사람 만들지 말고.]

관제사들은 A씨가 자기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해왔다면서,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고 이야기합니다.

[ 제주항공청 C관제사 : 주변 사람들이 다 듣는 와중에 하니까 되게 공포심이 생기는 거죠. 이런 식으로 이제 직접적으로 이렇게 짓밟고….]

참다못한 관제사들이 피해 사례를 모으기 시작했고, 8명이 용기를 내서 직접 사례를 신고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니 성희롱 의혹도 있었고,

[제주항공청 C관제사 : 옷을 신청받아서 이제 맞춥니다. 피해받으신 분이 작은 스몰 사이즈를 신청한 거예요. 그걸 보더니 직원들이 다들 있는 가운데 누구누구 씨는 이 옷 안 맞을 거다. 이래 버리니까 이제 얼마나 부끄럽겠어요, 그때.]

몸이 아파서 병가를 신청하겠다고 했다가 죄인 취급을 받았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SBS가 입수한 해당 관제사의 진술서를 보면, D관제사는 지난해 설 연휴, 야근하던 중 안면마비 증세가 왔습니다.

인원이 모자란 걸 잘 알고 있어서 3주 동안 일을 하면서 치료를 받던 중에, 눈이 안 감기고 입술이 삐뚤어지는 등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이틀 병가를 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A씨에게서 병가 낸 사람이 운전을 하느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뒤론 병가와 관련한 규정까지 바뀌었습니다.

[제주항공청 C관제사 : 병의 경중, 치료 기간 상관없이 과장이 정하겠다, 그리고 병가 상신하게 될 경우에 그 전 앞 전 1년 간의 병가 기록을 같이 첨부를 해서 보겠다….]

제주항공청은 직원들의 진정을 받고 변호사와 논의했지만, A씨의 행위가 갑질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만, 보직을 바꾼 뒤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항공청 관계자 : 변호사분들이 이제 세부적으로 신고 내용을 모아서 자문을 하셨는데 갑질로 보기는 좀 어렵다, 위력적인 사항도 아니고 서로 좋게 지내다가… 다만 이제 언행에 대해서는 좀 구두 경고를 해줬으면 좋겠다]

피해 관제사들은 A씨와 함께 일하기 힘들다고 토로했지만 석 달 만에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고 현재 한 공간에서 근무 중입니다.

이미 다 지난 일이고 관제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갑질 논란과 관련해 A씨는 소변 진열의 경우 2년 전의 일이라면서 부인하지 않았고, 다른 논란에 대해서는 항공청에 물어보라며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는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산하 기관인 제주항공청의 처리 결과를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 취재 : 조기호, PD : 김도균, 편집 : 정용희, VJ : 박현우, 제작 : D콘텐츠기획부 )

※ 기사에 언급한 것처럼, A씨는 작년까지 탑장을 맡았던 인물로 현재 탑장을 맡고 있는 사람과는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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