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기소 숨기고 무단결근한 적십자 직원…파면은 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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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4.09. 오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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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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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9년간 총 9번 교통사고 당해 총 2600만원 받아
기소돼 1심서 징역 1년…벌금 2000만원형 확정
구속되고도 회사에 알리지 않고 연가·무단결근
총 8차례 재판 나가면서 회사에는 "외근한다"
법원 "사기업보다 높은 성실의무…파면 정당"
[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상습적 보험사기로 구속까지 된 대한적십자사 직원 A씨는 회사에 기소 사실을 숨긴 채 재판을 받았다. 재판에 나가야 할 땐 외근 핑계를 대거나 무단결근을 해가며 자리를 비웠는데, 이를 나중에 알게 된 회사는 업무공백 등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그를 파면했다.

A씨는 자신의 무단결근을 한 것이 회사에 중대한 피해를 끼쳤다고 볼 수 없고, 기소된 사실을 회사에 솔직히 말할 수 있었겠느냐며 파면은 과하다고 반발했다. 회사의 징계는 정당한 것일까.

9일 법원에 따르면 울산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철웅)는 A씨가 대한적십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확인 청구를 최근 기각 판단했다.

판결문을 보면 적십자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지난 2008년 2월 울산 남구의 한 도로에서 접촉사고를 당한 뒤로 치료비와 합의금 등을 받아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총 139일에 걸친 통원 치료까지 받아가며 불필요한 통원 치료까지 받아가며 피해자와 보험사로부터 병원 치료비와 합의금, 수리비 등의 명목으로 320만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행각은 그 이후로도 계속됐고, 2016년까지 교통사고 9번을 당해 총 2615만원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일었다. 염좌 등 경미한 진단을 받고도 하루에 네 군데씩 병원을 돌며 중복치료를 받는가 하면, 사고 후 치료를 중단했다가 합의가 잘 되지 않으면 2년6개월이나 지난 뒤에 다시 병원을 다니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2020년 1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기에 이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에서는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돼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적십자사는 A씨의 1심 선고가 내려진 이후에야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그리고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는 점과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 또 이를 기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 이로 인해 업무에 공백을 초래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파면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재판에 넘겨지고도 회사에는 배우자를 통해 병가·연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려 했다고 한다. 재판에 참석해야 할 땐 근무기록에 '외근'이라 적고 자리를 비우거나 혹은 기록도 남기지 않고 외근지를 이탈했다. 특히 일주일간 구속됐을 땐 무단결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회사 징계에 반발해 소송에 나섰다. 구속된 기간에 무단결근을 했다고 해서 업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볼 수 없고, 재판에 출석할 때도 외근 업무를 마친 후에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벌금형이 확정됐다는 점으로 봐 비위의 정도가 중하다고도 볼 수 없으며, 무엇보다 직위 해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신이 기소됐다는 사실을 회사에 보고하기는 어려웠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정도에 이르는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분명하다"며 적십자사의 징계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국영기업 소속 5급 직원으로 직위 및 직무상 청렴성과 투명성이 요구되고, 일반 사기업 근로자보다 높은 수준의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준수해야 함에도 보험사로부터 병원 치료비 및 합의금을 편취한 보험사기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보험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 등 피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적십자 이념인 인도주의의 실현 및 인류 복지에의 공헌에도 반하는 행위로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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