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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 독성물질' 노출됐던 아버지‥'태아 산재' 신청

'생식 독성물질' 노출됐던 아버지‥'태아 산재' 신청
입력 2021-12-01 20:36 | 수정 2021-12-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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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엄마의 노동환경 때문에 아이한테 질병이 생겼다면 아이의 질병도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작년에 나왔는데요.

    이번에는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아빠가 나 때문에 우리 아이한테 병이 생겼으니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을 냈습니다.

    정상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3살 지후(가명)는 오른쪽 귀에 인공 달팽이관을 차고 있습니다.

    왼쪽 눈엔 시신경이 없어 아예 보이지 않고 언어능력도 3~4살밖에 안 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차지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아 심장과 생식기에도 장애가 있고 키는 132cm로 또래보다 20cm 넘게 작습니다.

    [지후 아버지]
    "가슴 개복해서 심장수술을 두 번했고, 인공와우 수술 한번 했었고요, 잠복고환수술 했었고…"

    아버지는 지난 2008년 지후가 태어나기 4년 전부터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공장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이소프로필알코올'이라는 독성 물질로 검사 설비를 세척하는 일을 했는데, 이 물질은 임신율을 낮추고 태아 사망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방독면이나 산소통 달린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하지만 실제 착용한 보호장구는 치과용 마스크뿐이었습니다.

    [지후 아버지]
    "IPA용액(이소프로필알코올) 같은 거를 사용했을 때, 제가 헛구역질이나 구토한 적도 있었거든요."

    뒤늦게 사업장의 독성 물질이 아들의 희귀병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 알게 된 지후 아버지는 근로복지공단에 '태아 산재'를 신청했습니다.

    국내에서 아버지가 작업장 유해물질을 이유로 태아 산재를 신청한 첫 번째 사례입니다.

    어머니 노동자의 경우 '태아 산재' 인정 사례가 있습니다.

    임신 기간 동안 유해성분이 있는 약가루를 흡입했던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이 지난해 10년간의 소송 끝에 난치병 자녀들의 산재를 인정받은 겁니다.

    아버지의 경우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아직 태아 산재가 인정된 적이 없는데 전문가들은 전향적인 판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백도명 교수/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센터장]
    "(정자가 만들어지는) 60일 이전 동안에 아버지가 유해 물질에 노출이 된다고 하면, (태아의) 문제가 증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죠."

    현재 국회에선 태아 산재보상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이 법안도 '어머니' 노동자만 대상이고 '아버지'는 빠져있습니다.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영상편집 : 장영근 / 영상취재 : 김하은 / 사진제공 : 셜록·주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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