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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강제 휴직 중 극단 선택 승무원 ‘첫 산재 인정’

윤지원 기자
서울 김포공항 계류장에 서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들. 연합뉴스

서울 김포공항 계류장에 서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들. 연합뉴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A씨
복귀 대기하며 우울증 앓아
근로복지공단 질판위 심의
“겸직 금지로 생활고 가중”
정신 질환 인과 관계 인정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강제 휴직 중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승무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판정이 나왔다. 코로나19로 정신질환 산재 신청이 전년 대비 75% 급증한 상황에서 향후 다른 업종에서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8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는 지난 9월30일 전직 대한항공 승무원인 고(故) A씨에 대해 “심의를 거쳐 산재로 인정한다”는 결과를 통보했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이었던 A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항공편이 급감하면서 회사 방침에 따라 순환 근무를 시작했다. 3월부터 6월까지 쉬고 7월 복귀해 13일을 비행한 뒤 다시 무기한 휴직 상태에 들어갔다. 휴직 중에는 통상 임금만 받았다. 수당과 상여금 비중이 높고 기본급이 낮은 승무원 임금 구조상 휴직 중 받은 임금은 평소에 비해 60%에 불과했다. A씨의 경제적 부담은 컸지만, 회사 취업규칙상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겸직을 금지해 부업도 하기 어려웠다. 현재는 개정됐지만 당시 정부가 사측에 지원했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역시 겸직시 지원금이 중단될 수 있었다. A씨는 무기한 대기 상태에서 우울증을 앓다가 지난해 가을 무렵 극단적 선택을 했고 유족은 지난 3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A씨 우울증은 근무 상태가 아닌 휴직 중에 일어났고, 강제 휴직도 코로나19란 전 세계적 감염병이 주원인이어서 극단적 선택이 업무상 사유로 인한 것인지를 가리는 게 쟁점이었다.

근로복지공단 질판위는 산재를 인정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항공 수요가 급감하며 업무량이 줄었고 원하지 않는 휴직이 반복되면서 직업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또 휴직 중 겸직 금지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복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이 인정된다고도 밝혔다. 질판위는 “정상적 인식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정도에서 자해 행위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도 덧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휴업 중이던 직원의 산재 판정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단의 이번 결정은 코로나19로 고용 불안이 높은 항공업계에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 등 6개 상장 항공사 소속 직원은 총 3만5396명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상반기(3만7200명)보다 1804명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6개 항공사 1인당 평균급여도 23.9% 급감했다. 휴직도 무기한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국인 객실 승무원 6000여명을 비롯해 1만8000명가량이 순환 유급 휴직 중이다.항공업 외에도 업종 불문하고 코로나19 시기 정신질환 산재 신청은 크게 늘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정신질환 산재 신청은 581건으로 전년도인 2019년 331건에 비해 250건 증가했다. A씨 대리를 맡은 조창연 노무사(노무법인 산재)는 "이번 사례로 코로나19 시기 강제 휴직이나 해고로 고통을 받은 당사자 및 유가족들이 국가적 차원의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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