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다음날 새벽 출근길 숙취운전에 사망… 法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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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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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까지 회식 후 새벽 5시 출근
음주·과속운전 중 교통사고로 숨져 
법원 "음주·과속, 업무 관련성 있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가정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회식 다음날 새벽 술이 덜 깬 상태에서 급히 차량을 몰고 출근하던 중 사고로 숨진 경우,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 김국현)는 리조트 조리사였던 A씨의 부친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3월 한 리조트에 입사한 A씨는 석 달 후 주방장 제안으로 마련된 회식에 참가했다. 밤 10시 50분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한 A씨는 다음날 새벽 5시쯤 상급자 전화를 받고 약 20분 거리에 있는 리조트를 향해 승용차를 몰고 출발했다.

그러나 A씨는 차로 연석과 신호등, 가로수를 연달아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혈액감정결과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0.08%)에 근접한 0.077%였다. 제한속도가 시속 70㎞인 도로에서 시속 151㎞로 달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A씨는 음주ㆍ과속운전에 따른 범죄행위로 사망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 요구를 거부했다. A씨 부친은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져야 할 행위를 했다고 해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할 순 없고, 범법 행위와 업무 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채용된 지 약 70일 정도였던 A씨로선 주방장과의 모임을 거절하거나, 회식 종료 시간을 결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다음날 지각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과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주방에서의 A씨 지위, 음주ㆍ과속 운전 경위를 고려할 때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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