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임금 17억원 상습체불한 게임회사 해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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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09. 오후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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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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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임금체불→집단퇴사→신규채용 반복
전문가 “임금체불 사업주 민·형사상 책임 강화해야”
류호정 정의당 의원, 사업주 처벌 강화 법안 발의 예정
해머엔터테인먼트. 누리집 갈무리
모바일 게임 ‘이누야샤’ 등을 만든 게임업체 해머엔터테인먼트가 6년 동안 17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대표는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수억원의 임금체불로 논란이 됐는데, 이처럼 상습적인 ‘임금 절도’를 막으려면 임금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사업주의 민·형사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해머엔터테인먼트는 2015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모두 97건의 임금체불이 신고돼 누적 체불액만 17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사업주의 청산액은 2억4천여만원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임금체불 수법은 ‘임금지급 지연→장기간 임금체불 및 사회보험료 체납→집단퇴사→신규채용’이 반복되는 방식이었다. 최근 이 문제를 고발하고 나선 피해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머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1월부터 정해진 급여일을 넘겨 월급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해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반년 넘게 아예 임금이 체불됐다. 임금체불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이 회사를 퇴사한 개발자 ㄱ씨는 “월급이 밀리기 시작한 2019년 하반기 당시 사업주는 ‘투자를 받았다. 입금만 되면 월급을 줄 수 있다’고 소액을 지급하며 희망고문을 이어갔다”며 “대다수 직원은 (개발 중인) 게임이 출시돼야 이직 때 경력을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를 위한) 근로복지공단의 생계비 대출을 받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에 다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게임 ‘이누야샤’가 일본에서 출시한 직후 직원 10여명은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ㄱ씨 등 지난해 퇴사한 직원 20여명이 2019년 6월부터 퇴사 시점까지 받지 못한 체불임금과 퇴직금은 3억3천여만원이다. 앞서 이 회사에선 2018년에도 수억원의 임금체불을 버티다 못 한 직원 20여명이 잇달아 집단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 등 피해를 본 노동자들은 아직 체불임금 전액을 받지 못했다. 지방 고용노동청에 신고했지만, 사업주는 근로감독관의 조사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후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자 사업주 쪽은 지난해 11월부터 석 달에 걸쳐 체불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만 입금이 됐다는 게 피해자들의 얘기다. 이 회사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체불임금 지급) 자금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으며, 다음달 안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검찰의 기소 이후에도 사업주가 체불임금을 지급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제도적 문제가 상습적인 체불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ㄱ씨는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6개월이든 1년이든 (재판) 중간에 사업주가 체불임금을 주기로 하면 (피해자와의 합의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노동자 처지에서도 밀린 돈을 준다고 하면 합의를 하게 되는데, (약속을) 한두 번 안 지킨다고 바로 신고를 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사업주는 바로 체불임금을 주지 않고 시간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머엔터테인먼트의 전체 임금체불 사건(97건) 가운데 39건은 이런 과정을 거쳐 검찰의 기소 없이 행정종결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2005년 도입된 임금체불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고,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에 대해 체불임금의 부가금 지급을 청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도입해 상습적인 임금체불 사업주의 민·형사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종수 노무법인 화평 대표노무사는 “2005년 사업주 설득을 통한 신속한 지급 유도 등의 순기능을 이유로 임금체불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도입됐지만, 지난 10여년간 통계상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며 “이 조항이 없어도 체불임금을 신속히 지급하면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데, (합의하면) 아예 처벌을 못 하게 하니 상습적인 임금체불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선 임금체불죄의 반의사불벌죄 조항 적용 제외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를 앞두고 있다. 이 법을 공동발의하는 류호정 의원은 “노동자의 피와 땀이 묻은 임금을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용자에 대해선 엄격한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론보도] ‘6년 동안 임금 17억원 상습체불한 게임회사 해머엔터테인먼트’ 관련

위 제목의 기사에 대해 주식회사 해머엔터테인먼트는 “체불임금 17억원 중 2020년 12월31일자 기준 청산액은 7억7천여만원이고, 지방 고용노동청 소환에 성실히 응해왔으며, 남은 체불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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