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동영상 강의’ 업체 퇴사 뒤 입시 유튜브 운영…배상해야 할까?

입력 2021.03.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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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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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에 명시된 의무를 지켜야 하는 사람은 '계약 당사자'죠. 그렇다면 주식을 가진 주주들끼리 계약을 맺었는데,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계약 의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는 또 어떨까요. 이런 내용이 쟁점이 된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주식 받고 동영상 강의 업체 입사…퇴사 뒤 유튜브 운영했다가 소송

지난 2017년 세워진 '체대 입시' 관련 인터넷 강의 업체.


체대 입시 관련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던 A 씨는 그해 11월 이 회사에 들어가, 이사이자 강사로 일하면서 업체 주식을 취득했습니다.


당시 A 씨를 포함한 업체 이사 4명은 주식을 받으면서 이들 사이의 법률관계 등을 규정하기 위해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A 씨는 계약 체결 뒤,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이 체대 입시와 관련해 강의한 내용을 업체의 강의 콘텐츠로 활용하도록 제공했습니다.

2년 뒤 A 씨는 업체 대표에게 퇴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퇴사 이후에도 그가 강의한 내용은 업체의 강의 콘텐츠로 제공됐습니다.


A 씨는 퇴사 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퇴사 전과 마찬가지로 체대 입시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에 업체는 A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업체 측은 "(업체가) A 씨가 체결했던 계약의 실질적 당사자이고, 계약상 정해진 △ 3년간 근무할 의무 △경업금지 의무 △비밀유지 의무를 A 씨가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약 불이행의 책임을 물어 업체 직원들의 급여와 홍보비용 등을 A 씨가 물어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 법원 "계약 당사자는 주주들…회사는 계약상 의무 이행 요구 못 해"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제63-3민사부는 업체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1심 법원은 "이 사건 계약서에는 이 사건 계약 목적을 '원고 이사들 사이에서의 모든 법률관계, 권리와 의무, 책임 등을 규정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고 이사들의 서명 날인으로 마무리되었다"며 "계약 당사자는 주주들임이 문언상 명백하고, 달리 원고(업체)를 이 사건 계약 당사자로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계약 당사자가 'A 씨 등 이사들'로 보이는 만큼, 당사자가 아닌 업체가 채무불이행 책임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법원은 또 "설령 업체를 계약 당사자로 본다고 하더라도, A 씨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을 보면 주주들이 업체에 3년간 근무할 의무가 있지만, 주주들이 그 기간 전 퇴사하는 경우 보유 주식 전부를 나머지 주주들에게 기존 주식 비율에 비례하여 양도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의무근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 것만으로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나 직·간접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는 의무는 인정된다"면서도 A 씨가 업체의 어떤 정보를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자신의 영업을 위해 사용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건은 2심에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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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남] ‘동영상 강의’ 업체 퇴사 뒤 입시 유튜브 운영…배상해야 할까?
    • 입력 2021-03-13 09:00:47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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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에 명시된 의무를 지켜야 하는 사람은 '계약 당사자'죠. 그렇다면 주식을 가진 주주들끼리 계약을 맺었는데,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계약 의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는 또 어떨까요. 이런 내용이 쟁점이 된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주식 받고 동영상 강의 업체 입사…퇴사 뒤 유튜브 운영했다가 소송

지난 2017년 세워진 '체대 입시' 관련 인터넷 강의 업체.


체대 입시 관련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던 A 씨는 그해 11월 이 회사에 들어가, 이사이자 강사로 일하면서 업체 주식을 취득했습니다.


당시 A 씨를 포함한 업체 이사 4명은 주식을 받으면서 이들 사이의 법률관계 등을 규정하기 위해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A 씨는 계약 체결 뒤,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이 체대 입시와 관련해 강의한 내용을 업체의 강의 콘텐츠로 활용하도록 제공했습니다.

2년 뒤 A 씨는 업체 대표에게 퇴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퇴사 이후에도 그가 강의한 내용은 업체의 강의 콘텐츠로 제공됐습니다.


A 씨는 퇴사 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퇴사 전과 마찬가지로 체대 입시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에 업체는 A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업체 측은 "(업체가) A 씨가 체결했던 계약의 실질적 당사자이고, 계약상 정해진 △ 3년간 근무할 의무 △경업금지 의무 △비밀유지 의무를 A 씨가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약 불이행의 책임을 물어 업체 직원들의 급여와 홍보비용 등을 A 씨가 물어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 법원 "계약 당사자는 주주들…회사는 계약상 의무 이행 요구 못 해"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제63-3민사부는 업체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1심 법원은 "이 사건 계약서에는 이 사건 계약 목적을 '원고 이사들 사이에서의 모든 법률관계, 권리와 의무, 책임 등을 규정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고 이사들의 서명 날인으로 마무리되었다"며 "계약 당사자는 주주들임이 문언상 명백하고, 달리 원고(업체)를 이 사건 계약 당사자로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계약 당사자가 'A 씨 등 이사들'로 보이는 만큼, 당사자가 아닌 업체가 채무불이행 책임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법원은 또 "설령 업체를 계약 당사자로 본다고 하더라도, A 씨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을 보면 주주들이 업체에 3년간 근무할 의무가 있지만, 주주들이 그 기간 전 퇴사하는 경우 보유 주식 전부를 나머지 주주들에게 기존 주식 비율에 비례하여 양도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의무근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 것만으로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나 직·간접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는 의무는 인정된다"면서도 A 씨가 업체의 어떤 정보를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자신의 영업을 위해 사용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건은 2심에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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