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각서 안 쓰면 '업무상 질병 휴직'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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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11. 오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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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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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사립중학교 교사가 제보를 보내왔습니다. 근무하다가 우울증에 걸렸고 외부 공단으로부터 직무상 질병임을 인정받았는데, 학교 측이 휴직은 받아주지만 학교에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한 것입니다.

이를 거부한 교사에게 학교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안상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중학교 영어교사 A 씨는 지난해 휴직 신청을 냈습니다.

스트레스와 우울증 치료가 시급하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A 씨/교사 : 교실이 감옥 같이 느껴졌고, 수업하려고 하면 호흡이 차서 수업을 못 하고….]

A 씨는 지난해 10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 '직무상 요양 승인'을 신청했고 공단 측은 한 달 심의를 거쳐 승인했습니다.

문제는 승인 직후부터 시작됐습니다.

학교 측은 A 씨가 요양 승인 신청서에 학부모 등으로부터 심각한 교권 침해를 겪고 교내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다고 적은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학교 이사회는 "A 씨가 학교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다"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업무상 질병 휴직'을 허가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후 치료 중이던 A 씨에게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했습니다.

[A 씨/교사 : (학교의) 부조리한 비리와 싸우면서 제가 아픔이 시작됐거든요. 그 각서를 쓴다면 이제까지 학교에서 일어난 부조리에 대한 모든 걸 덮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쓰지 않아야겠다고….]

A 씨가 각서를 거부하자 학교 측은 A 씨를 '업무상 질병 휴직'이 아닌 '일반 병 휴직'으로 처리했습니다.

'업무상 질병 휴직'은 임금을 100% 보장받고 휴직기간도 경력으로 인정받지만, '일반 병 휴직'은 임금 70%만 받고 경력은 인정받지 못합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학교 측은 "A 씨의 질병은 학교 업무와 무관하고, 각서를 요구한 것은 이사회의 결정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 씨가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관할 교육청 관계자 : (허가를) 해줘야 한다고 봐요, 저도. 근데 (교육청에서) 변경하라고 할 수 없죠. 그 임용권자가 그 법인 이사장이잖아요, 이사회고.]

교사들에 대한 사립 학교들의 부당한 처분을 막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유동혁, 영상편집 : 이승진)

안상우 기자(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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