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간호사, 대학교수 됐다"…학교 "총장이 직접 대화"

입력
수정2021.03.10. 오후 2:54
기사원문
유혜은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9년 전 괴롭혔던 선배 간호사, 대학교수 됐다" 폭로
학교 측 "해당 교수와 대화하며 사태 파악 중"
가혹한 '태움' 문화…사회적 문제로 꾸준히 지적
"환자에게서 뽑은 가래 통을 나한테 뒤집어씌웠다"

"엑스레이 기계 앞에서 보호장비 벗으라고 한 뒤 방사능 많이 맞으라며 낄낄거렸다"

"아픈 어머니를 두고 '네가 그렇게 재수 없는 X이라 애미가 아픈 거야'라고 말했다"

"무릎 뒤 발로 차기, 쇄골 아래 주먹질하기, 명치 때리기, 겨드랑이 꼬집기 등 신체적 폭행을 가했다"

기사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JTBC 캡쳐〉
간호사 A 씨가 선배 간호사에게 이른바 '태움'을 당했다며 주장한 내용입니다.

'태움'이란 영혼까지 태워야 끝난다는 병원 안의 괴롭힘 문화입니다.

A 씨는 9년 전 자신을 '태웠던' 선배가 대학교수가 됐다고 폭로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습니다.

한 대학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13개월 동안 일하며 태움을 겪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언어적, 신체적 폭행 등 당시 상황이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는 "오래 지나서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선배의 소식을 듣는 순간 손이 떨렸다"면서 "교수가 됐다는 말에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분은 누구에게 모범이 되거나 가르침을 줄 만한 사람이 절대로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간호사 태움 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렸습니다.

〈사진-네이트 판 캡쳐〉
■대학교수 된 괴롭힘 선배…학교 측 "사태 파악 중"

이 폭로글은 금세 온라인에 퍼졌습니다.

학교 폭력으로 연일 시끄러운 가운데, 이번엔 간호사 괴롭힘이 논란이 된 겁니다.

A 씨가 지목한 선배 간호사 B 씨의 이름과 근무 중인 학교 등 신상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B 씨의 교수 임용을 취소해달라는 청원글도 올렸습니다.

B 씨는 논란 이후에도 학교에 나와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대학교 측은 사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오늘(10일) 학교 관계자는 JTBC와 통화에서 "총장이 직접 B 씨와 대화하고 있다"면서 "사안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9년 전 괴롭힘이 발생했던 병원 측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병원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라 시간을 가지고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논의 중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는 만큼 문제가 된다면 그에 따라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진-JTBC 캡쳐〉
■가혹한 '태움' 문화…"구조적 문제도 해결해야"

'태움' 문화는 사회적 문제로 꾸준히 지적됐습니다.

복지부 조사에서 간호사 3명 중 1명이 '태움'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선배들의 가혹한 교육과 높은 수준의 노동 강도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이는 간호사들의 극단적인 선택 등 비극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태움 실태를 알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간호사가 1년 뒤 산재로 인정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앞서 폭로글을 올렸던 간호사 A 씨는 "신규 간호사분들. 부디 이게 아니다 싶으면, 죽을 것 같다 싶으면 그냥 관둬라. 당신 목숨보다 중요한 직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간호 비용을 늘려 병원이 수익을 간호사 복지에 쓰도록 하고, 태움을 가한 의료진은 면허를 정지시키는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병원마다 태움 관련 상담창구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 악습을 없애기 위해선 인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적은 인력으로 일하다 보니 업무가 몰리면서 피로와 짜증이 쌓이고, 이것이 태움으로 변질했다는 지적입니다.

현직 간호사들도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게 병원 내 괴롭힘을 없애는 첫걸음이라고 말합니다.

유혜은 기자 (yu.hyeeun@jtbc.co.kr)

▶ 뉴스의 뒷이야기! JTBC 취재썰
▶ 시청자와 함께! JTBC 뉴스 제보하기
▶ 관점과 분석이 있는 새로운 뉴스룸

Copyright by JTBC(https://jtbc.joins.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