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20대 캐디, '직장 괴롭힘' 인정 받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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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22. 오후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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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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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한 20대 골프장 캐디가 관리직원의 지속적인 갑질에 시달리다 숨졌는데 특수고용직 종사자로선 처음으로, 직장 괴롭힘이 인정 된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가해자는 처벌할 수 없고, 산재 인정도 어렵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골프장 캐디로 1년 남짓 일했던 28살 배모 씨는 지난해 9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인이 남긴 휴대전화엔 '캡틴'이라는 캐디 관리자의 지속적인 괴롭힘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저만 보면 괴롭히듯 장난인 듯 툭툭 내뱉는 말'에 '수없이 상처'입고, '만신창이가 됐다'. '더이상 못 견디고 감당 못하겠다'거나 '내가 너무 약했나 보다'라며 체념하는 글도 많았습니다.

직원 수십 명이 함께 듣고 있는 무전기에도 인신공격성 발언이 다반사였다는 동료들 증언도 나왔습니다.

[전 직장동료]
"반말하면서 '너 때문에 뒤에 다 망했다. 빨리 가라. 뛰어라. 뚱뚱해서 못 뛰는 거 아니지 않냐' 주기적으로 '너 살뺀다면서 살 안빼?' 밥 먹는데.."

하지만 회사 측은 고인과 유족에게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었습니다.

[故 배 씨 언니]
"자기들은 아무리 생각하고 보고 들어도 그 가해자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가해자는 아직도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더 슬퍼요."

결국 유족들은 진정서를 냈고,

고용노동부는 배 씨 사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습니다.

특수고용직 종사자로선 처음 인정받은 겁니다.

하지만 이게 다였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배 씨가 피해자는 맞지만 가해자는 징계할 수 없고, 이른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배 씨가 법률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말해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이란 겁니다.

[심준형/노무사]
"피해 사실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캐디 같은 경우에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산재 보험 적용도 받기 힘들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특수고용직들이 그렇듯 배 씨도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해도 좋다는 신청서를 써야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올해 7월부터 이런 신청서가 있더라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지만, 배 씨처럼 이미 쓴 신청서까지 소급 적용되진 않습니다.

[故 배 씨 언니]
"다음에 태어나면, 마음을 채워주는 동생이 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하늘에서는, 편안하게 잘 있었으면 좋겠어요."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이주혁 / 영상편집: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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