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경력직 채용 1순위였지만 탈락
법원 "공정채용 기회 침해한것" 판단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이상주)는 A씨가 국기원과 당시 오현득 원장, 오대영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해 원고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태권도 진흥을 위한 특수법인 국기원은 2014년 연수원 직원 채용전형을 진행하며, 경력직 1명과 신입직 1명을 1차 서류심사, 2차 PT 발표 및 영어능력평가, 3차 최종면접 방식을 거쳐 공개채용하기로 했다.
1차 합격자들이 발표됐을 무렵 오 전 원장 등은 모 국회의원 후원회 관계자의 아들인 박모씨를 신입직 채용에 합격시키기 위해 문제와 정답 출력물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박씨는 문제·정답을 사전에 제공받고도 독해·번역시험에서 답안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채 일부를 백지로 제출했고, 이에 오 전 사무총장은 직원에게 백지 답안을 대신 작성하게 했다. 또 박씨에게 응시자 중 최고점수를 부여했다.
결국 박씨는 신입직 채용 최종 평가결과에서 응시자 중 1순위로 평가됐다. 이와 별개로 A씨는 경력직 채용 최종 평가결과에서 응시자 중 1순위로 평가됐다.
하지만 오 전 원장 등은 경력직 지원자들의 영어성적이 부진하다며 경력직을 채용하지 말고 신입직 2명만 채용하자고 보고했고, 박씨를 포함한 신입직 2명만 채용했다. 이에 A씨는 2014년 10월8일 국기원으로부터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이와 관련 오 전 원장과 오 전 사무총장은 문제지 및 정답 사전 유출, 답안지 대필 등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오 전 원장 등이 채용비리를 저지르고, 최종 평가결과 경력직 채용 1순위였던 자신을 채용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라며 "국기원은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달라"고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오 전 원장 등의 답안지 사전 유출 등은 채용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현저하게 훼손했고, 그 정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정도에 이르러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최종 평가결과 경력직 채용 1순위였던 자로서, 이 사건 채용절차 진행과정에서 형성된 신뢰와 채용절차의 공정한 진행에 대한 기대가 법적 보호 영역에 포섭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오 전 원장 등의 행위가 A씨와의 관계에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기원 채용은 원칙적으로 자유의사 내지 판단에 달려있는 점 ▲공고에 채용예정인원은 '신입직 0명, 경력직 0명'으로 기재돼 인원이 특정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A씨의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용계약 체결을 단정할 수 없을지라도 오 전 원장 등의 부당 행위는 A씨의 채용절차의 공정한 진행을 통해 평가받을 기회와 합리적 기대를 침해한 것"이라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청년 실업이 만연한 현재 채용비리는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고, 채용절차가 객관성·공정성을 상실한 채 운영되는 경우 불이익을 받는 지원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해 보인다"며 위자료를 1000만원으로 산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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