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착불비 갑질 논란'에 당사자 "못 참아" 반박…명예훼손 해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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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11. 오후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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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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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 (사진=연합뉴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택배 착불비 갑질 논란'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버지 택배 배송을 돕던 20대 딸 A 씨는 "허리를 다친 아버지를 도와 주말에 배송을 돕다가 착불비 3천 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 끝에 고객으로부터 컴플레인을 받았다"면서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를 드리고 왔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A씨가 택배가 실린 짐운반용 손수레에 택배를 키보다 높게 싣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두 아이를 대동한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타려 했다. 이들이 멈칫거리자 A씨는 공간이 좁은가 싶어 얼른 손수레를 밀고 내렸다. 이때 여성 B 씨는 '우리집 택배를 먼저 달라'고 요구했고 A 씨는 "지금 찾아드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이따 갖다 드리겠다"고 답했다.

여성의 집에 배송을 간 A 씨는 착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3천원을 달라"고 말했더니 B씨는 "요즘 누가 현금쓰냐, 카드 안되냐. 다른 곳은 카드도 되던데. 계좌번호 보내라"라고 했다.

추후 아버지의 문자메시지를 우연히 본 A 씨는 B씨가 불친절을 이유로 컴플레인을 걸었으며 착불비도 받지 못한 A씨 아버지가 연신 사과했지만 B 씨로부터 인격모독성 맞춤법 지적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글이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고객에 대한 비난글은 물론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할지 뻔하다"는 뉘앙스의 글이 쏟아졌다. 사흘 후 당사자 B 씨는 같은 게시판에 "네,제가 착불비 3천 원으로 컴플레인 걸었던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입장이 담긴 글을 올렸다.

B 씨는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당신들한테 나와 내가족이 주인공이 되어 씹히고 뜯기고 보니 정신이 나갈 것 같다"면서 "난 거지가 아니고 당신들보다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다. 아이들도 당신들이 꿈도 못 꿀 학교와 유치원에 잘 보내고 있고 어디 가서도 행동 바르다고 항상 칭찬받는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우리 아파트는 택배기사의 엘리베이터 사용이 금지돼 있고 우리 집 택배를 먼저 달라 한 이유도 하나라도 배송을 줄여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B씨는 착불비에 대해서는 "착불 택배가 올 줄 알았으면 당연히 돈 준비하지 그까짓 3천 원 떼먹으려고 준비 안 했을 거 같나"라면서 "당시 현금이 없었던 건 내 불찰은 맞지만 아이 저금통이라도 열어 주려고 기다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애한테 '엄마가 잠깐만 빌려쓸게~' 말하고 저금통을 열어보려고 하니 돼지 배를 째야 되는 상황이었고 아이가 싫다고 울고불고 하기에 달래다 보니 시간이 좀 흘렀지만 10분 도 채 지나지 않았다"면서 "너무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아 아무래도 계좌로 보내야 될 거 같으니 계좌번호 문자로 찍어달라 했을 뿐인데 아가씨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돌아서 가버려서 불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후 그 아버님이란 분 문자에 경악했다. 계좌번호 은행 이름 달랑 보내고 바로 입금해달라는 문자를 두 번이나 더 보냈다"면서 "왜 나를 돈 떼먹은 사람처럼 닦달한 건지 괘씸해서 안 보냈다. 다른 택배는 카드 되는 곳도 많다"고 항변했다.

B씨는 "서비스 직종은 친절이 기본 아닌가. 그런데 아버지는 너무 형식적으로 '미안함미다. 불찰입미다. 제송합니다'라는 식의 문자를 보냈다"면서 "이런 식의 맞춤법 틀린 사과가 정말 사과가 맞나"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어 "난 막 돼 먹은 사람이 아니지만 이렇게 돼 버린 이상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면서 "해당 내용으로 고소장을 제출하겠다. 실명, 주소, 사진 등이 없지만 어쨌든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가족을 비난한 건 맞지 않나"라고 법적 조치를 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과 있었던 일을 공개한 것을 두고 B 씨가 A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은 가능할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김가헌 변호사는 "명예훼손이란 이름이나 신분, 사회적 지위, 인격 등에 해를 끼쳐 손해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면서 "여기서 법적으로 말하면 '명예'란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를 말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회적 평가를 위법하게 저하시키는 행위가 아닌 단순히 주관적으로 명예 감정이 침해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특정성 요건이 흠결되어 있다"면서 "B 씨가 고소해도 혐의없음 처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도움말=김가헌 서울시 공익변호사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jebo@hankyung.com로 보내주세요.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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